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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현 신부의 모두의 시노드] (7) 근현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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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스탄트 진영에서는 트리엔트 공의회가 프로테스탄트 개혁에 대응하기 위한 수동적 공의회라고 이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로테스탄트 개혁이 시작된 1517년과 트리엔트 공의회가 마무리된 1563년 사이의 40여 년의 시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 근현대 시기에 가톨릭교회는 본연의 가치를 붙들고자 항구히 노력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트리엔트 공의회는 프로테스탄트 개혁에 대한 반동으로 전통의 교리를 재확인하고 교회의 제도적 개혁을 통해 사제권의 오남용을 막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성직자와 평신도의 위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위로부터 아래로 이루어지는 하향식 교회 구조를 견고히 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300년 만에 개최된 제1차 바티칸 공의회의는 교황의 수위권과 교도권적 무류성의 교리를 승인하였습니다. 공의회는 로마 주교의 수위권을 하느님 백성의 신앙에 봉사하기 위한 주교직의 단일성과 불가분리성의 보증이 되는 직무로서 제시했습니다.

이 결과 교황을 정점으로 하여 목자들로 구성된 ‘가르치는 교회’와 하느님의 백성의 나머지 구성원으로 이루어지는 ‘배우는 교회’의 구분이 분명해졌습니다. 근현대 시기 공의회와 시노드의 구성은 주교들이 압도하였으며, 신학적 주제들을 다루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줄어들었고, 시노드의 핵심 요소인 ‘함께 걷는’ 여정이라는 측면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구체적으로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개최된 시노드들의 목표는 하느님 백성의 능동적 참여가 아니라, 시노드를 통해 마련된 규범과 결정의 전달 및 실현이었습니다.

시노드의 근본 정신에 비춰본다면, 근현대 교회에서 하느님 백성인 신자들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었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신자들의 신앙 감각이 강조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성령이 활동하시는 교회 역동성을 목격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19세기에 신앙감각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성경과 성전의 규범적 원천들과 더불어 성서학과 전례학 및 교부학을 토대로 교회의 쇄신을 위한 신앙감각의 회복을 중요시하였습니다. 그들은 교황과 주교의 특수한 직무와 내적으로 본질적 관계를 맺고 있는 신자들의 신앙감각을 중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신앙감각에 대한 강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하느님 백성의 신앙감각과 교도권 사이는 호혜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성령께서 하느님 백성 안에서 신앙감각을 일으켜 주심으로써 이 백성으로 하여금 신앙 진리를 수호하고 전달하게 하시며 교도권은 같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 하느님 백성을 인도합니다. 하느님 백성의 신앙감각과 교도권의 상호 역동성 안에서 하느님 백성은 교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시노드 정신은 예루살렘 공의회에서부터 발견됩니다. 이후 초대와 중세 교회 시기를 거치면서 하느님 백성들은 이단과 함께 싸우고 고민하며 교회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프로테스탄트 개혁 시기를 거치면서 하느님 백성의 일부인 성직자들이 앞장서고 신자들이 그 뒤를 따르는 교회의 모습이 강조되었습니다. 근현대 교회는 신앙감각을 통해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걷는 교회의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하느님 백성들은 늘 함께 걸어왔습니다. 이런 면에서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걷는 시노드의 여정은 교회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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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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