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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구원하는 평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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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마태 28,19)

성 비오 10세 교종의 일화입니다. 그분은 말년에 어느 날 추기경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지금, 이 세상을 구원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물었습니다. 추기경들이 ‘가톨릭 학교를 세워야 한다’ ‘성당을 배로 늘려야 한다’ ‘사제 양성을 위해 힘써야 한다’라고 대답했지만, 그때마다 “아니오. 그렇지 않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각 본당에 덕망 있고 명석하고 결단력과 참다운 사도직 정신을 지닌 평신도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 복음화의 일선에 선 평신도

사제는 성당에 있고 제대에서 복음을 선포합니다. 평신도는 세상 속에 있고 삶으로 복음을 선포합니다. 복음화의 일선에 평신도가 있습니다. 저에게 영감을 주고 도전이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평신도분들 가운데에서도 많습니다. 무료 병원을 일으키신 요셉 선생님, 의를 위하고 약한 이들의 인권을 위해 투신하는 미카엘 형제, 난민의 친구들, 기후 위기를 맞이하여 행동하는 환경운동가들, 대가 없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이들, (신체장애 등 여러) 고통 중에도 용기 있게 살아가는 이들, 누구보다 지역의 모든 이들을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구역장 반장들이 그런 분들입니다. 다음은 전 본당, 클라라 구역장의 증언입니다.

“매일 지나는 길에 노인 요양원이 새로 생긴 것을 보고 찾아갔더니 달갑지 않게 대합니다. 얼마 후 성모요양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을 보고 다시 방문해보니 시설장이 교우였습니다. 인사를 하고 봉성체를 해드리겠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지금은 아예 그곳에서 미사까지 봉헌합니다. 마치 우리 본당이 설립한 요양원처럼 느껴집니다.”

복음 선포는 일상의 일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가고, 거부당해도 다시 도전하는 용기가 대단합니다. 본당이 설립한 요양원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와 닿습니다. 교회 밖으로 나가 문을 두드리니 요양원이 생긴 것 같습니다.


2. 복음화의 모델, 김 추기경님

김수환 추기경께선 복음화의 본질을 그림처럼 보여주신 분입니다. 교회의 수장이셨지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교회 내적 일에는 등한히 한다는 비난도 받으셨습니다. 추기경께서는 당시 약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셨습니다. 그들을 찾아가셨고, 억울한 이들에게 성당을 피난처로 내어주기도 했습니다. 사회의 민주화는 복음화와 별개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회 저변에 복음이 스며들었고,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한국 교회의 위상은 사실상 그때 높아졌습니다. 추기경의 선종 때 보여준 전 국민적 애도와 추모 행렬이 이를 말해주었습니다. 교회가 문을 열자 사람들이 들어오고 세상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교회는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교리를 하고 전례에 참여시키고 모임도 합니다. 그러나 파견에는 별 관심을 내지 않는 듯합니다. 예수님은 회당에서 가르치셨지만, 제자들을 회당에 붙잡아 두시지 않으셨습니다. 세상 속으로 파견하셨습니다. 복음화의 열매는 성당에서 맺히지 않습니다. 나뭇가지 끝에서 열매 맺듯 백성들의 삶의 자리에서 맺힙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민족들이 있고 민족들은 저마다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복음의 메시지는 다양한 민족들의 그 문화 안에서 교회의 보편성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115~118항 참조) 모든 민족에게 세례를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성삼위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신 것처럼, 그 사랑의 신비 속에 모두 형제가 되라는 초대의 말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교회의 구조나 체제의 변화에 앞서 우리들의 내적 태도의 변화를 말씀하십니다. 진정 기쁘게 복음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으로 말미암아 정말 행복한가? 그렇다면 그 주님을 기쁘게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기쁨이 너무 커서 다른 좋은 것들까지 해로운 것으로 여길 정도가 되었다고 고백합니다.(필리 3,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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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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