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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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 - 진정한 왕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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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전례력으로 마지막 주일입니다. 한 해를 마치면서 우리는 힘차게 우리 예수님은 임금이요 우리의 왕임을 천명합니다.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가장 작은 이 하나를 위해서도 죽으시는 왕입니다. 왕의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심성은 연민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 밑바닥 백성을 가엾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8-29)

1. 누가 가장 작은 사람인가?

굶주리고 목마른 이, 나그네요, 헐벗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이, 딱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예수님은 하나하나 열거하십니다. 오늘 복음에 4번씩이나 거듭 언급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을 “내 형제들”이라고 표현하십니다. 더 나아가 이들 중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으로, 해주지 않은 것은 나에게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심판하시겠다고 못을 박습니다.(40절, 45절 참조)

심판 기준과 상벌이 두렵습니다. 너무도 단순하고 명료하고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종교적인 신심 행위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주님의 형제 가운데 가장 작은 이 하나를 어떻게 대했는지가 관건입니다.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나에게 진짜 작은 사람은 누구일까?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가 있다면, 그는 내가 잘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바로 내 부모, 형제, 배우자, 가까운 친구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제시하십니다. 왜 그러실까요? 난민, 장애인, 병자, 행려자, 전과자, 가난한 이, 사회적 약자들은 나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그들은 우리를 부담스럽게 하고 불편하게 만듭니다. 친구로 삼고 싶지 않고 그저 무관한 사람으로 여기고 싶어질 뿐입니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만연한 무관심인가 봅니다. 지구 저편에서 어린이들, 힘없는 이들이 죽어 나가지만 우리는 두 손 놓고 있습니다. 나와 상관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2. ‘진정한 사랑은 관상적’

복음에 저주받은 이들은 작은 이들이 주님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점에선 의인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그들에겐 연민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를 보겠습니다.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이를 똑같이 보았지만, 사제와 레위인은 피해서 지나갔고 여행하던 사마리아인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 마음 씀씀이는 따뜻하고 손길은 구체적입니다. 아기를 대하는 엄마의 손길 같습니다.

자기 안에 사로잡혀 있으면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그저 지나갑니다. 성가셔서 도망치기 바쁩니다. 관상적 시선은 찬찬히 보고 그 대상에 공감합니다. 어린이를 보면 얼마나 예쁜가요. 아파한다면 연민의 마음이 솟아날 것입니다. 가엾게 여기는 마음은 예수님의 주된 마음이고 세상을 구원하는 힘입니다. 교종은 ‘진정한 사랑은 언제나 관상적’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무심하게 넘길 수도 있는 작은 이 하나에게 행한 것이 내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니 두렵습니다. 작은 이 한 사람이라도 소중하게 여기고 친구로서 귀 기울이고자 합니다. 가난한 이를 통해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신비로운 지혜’를 얻고자 주님의 마음 안에 머물러야 하겠습니다.(「복음의 기쁨」 198항 참조)

작은 이 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주님을 참된 왕으로 고백하고, 우리 역시 그 왕권에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현존으로 모든 것이 되어야 할 교회는 그 구체적 표지로써 작은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선택을 언제나 표방하면 좋겠습니다.

※ 지난 1년 동안 ‘생활 속의 복음’을 연재해주신 서춘배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림 제2주일부터는 유승록(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신부님께서 집필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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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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