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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약인가? 독인가?

[월간 꿈 CUM] 삶의 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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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관한 프랑스 격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악마가 사람을 찾아다니기에 바쁠 때는 그의 대리로 술을 보낸다.” 

그리고 유대인들의 탈무드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술이 머리에 들어가면 비밀이 밖으로 밀려 나간다.”

인류가 언제부터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술의 기원이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유대인들이 성경 다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탈무드’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이 세상의 최초 인간이 포도 종자를 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악마가 그것을 보고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인간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훌륭한 식물을 심고 있습니다. 이 열매는 달고 향기로워서 그 즙을 마시면 누구든지 기분이 좋아지고 황홀해져서 더없이 행복해집니다.” 

이 말을 듣고 인간의 행복을 질투한 악마는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그러면 나도 제발 한 몫 끼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악마는 인간 몰래 양과 사자와 원숭이 그리고 돼지를 잡아다가 그 피를 포도나무의 비료로 뿌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간이 술을 마시게 되면 다음과 같은 단계적인 증상이 나타납니다.

제1단계는 술을 조금 마셨을 때입니다. 이때 인간은 양과 같이 온순해집니다.

제2단계는 술을 조금 더 많이 마셨을 때입니다. 이때 인간은 갑자기 사자처럼 무서운 모습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아무나 붙잡고 시비 걸고 싸움질하고 욕을 내뱉기도 합니다. 

제3단계는 2단계보다 좀 더 술을 많이 마셨을 때입니다. 이때 인간은 원숭이가 술에 취한 것처럼 허둥대고,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미친 사람처럼 아무나 보고 히죽 웃기도 하고, 옷을 벗기도 하고, 탁자를 엎어 버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밤새도록 전봇대를 끌어안고 싸우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3단계보다 좀 더 술을 많이 마셨을 때(만취 상태)입니다. 즉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을 때입니다. 이때 인간은 돼지처럼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똥오줌도 못 가리고, 아무데서나 누워서 고함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안방을 놔두고 개집에서 편안히 잠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교훈은, 술이란 본래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좋은 선물이지만, 인간의 무절제한 방종 때문에 오히려 더럽고 추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술은 적당히만 하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절제하지 못하게 되면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음주량은 현재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합니다. 인류 역사가 가르치고 있듯이, 인간 법도가 무너져 가는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술을 더 무절제하게 마시게 됩니다. 경직된 독재 사회는 물론이고 무절제한 탐욕으로 병든 사회일수록 술의 위력은 더욱 커지게 마련입니다.

고려 후기 문신이었던 추적(秋適)이 중국 고전에 나오는 선현들의 금언(金言)과 명구(名句)들을 엮어 만든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보면 이런 좋은 말이 있습니다.

“渴時一滴(갈시일적)은 如甘露(여감로)요, 醉後添盃(취후첨배)는 不如無(불여무)니라.”

즉 “목마를 때 마시는 한 방울은 달디 단 이슬 같고, 취한 후에 더 마시는 것은 마시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입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 월간 꿈CUM 고문)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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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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