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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참된 빛으로 구세주 세상에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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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이사 9,5) 기원전 8세기경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약속된 이 말씀이 예수님의 탄생으로 실현되었습니다. 오늘 밤은 그 탄생을 기념하는 거룩한 밤입니다. 모든 이들의 구원을 위해서 하느님이신 분께서 직접 이 세상으로 들어오시는 장엄한 순간입니다.



비천하고 연약한 아기 모습으로 오시다

구세주 탄생이라는 엄청난 사건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호구 조사령이 온 세상에 내려지면서 시작됩니다. 예수님 탄생 당시의 서양 세계는 대부분 로마 제국에 속해 있었습니다. 팔레스티나 지역도 로마제국의 식민지였기에 주민들은 각자 자기 고향에 가서 호적 등록을 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나자렛에 살던 요셉도 만삭의 아내 마리아를 데리고 베들레헴까지 먼 길을 가야 했습니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마리아와 요셉은 부지런히 쉴 곳을 찾았지만 아무런 거처도 구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요셉과 마리아는 하느님의 약속의 말씀에 대해 지녔던 믿음을 잃지 않았고 그 섭리에 내어 맡기며 온순하게 따릅니다. 밤은 어두워지고 마을에서 방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목동들의 피신처인 어떤 굴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를 나으십니다.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에 이미 하느님 옆에 계셨던 분으로 자신의 출생 장소와 자신의 어머니마저도 선택할 수 있었지만, 구세주께서는 보잘것없는 곳에서 태어나십니다. 말구유 위에, 지푸라기 사이에서 비천하고 연약한 한 아기의 모습으로 온 세상에 당신의 정체를 드러내십니다. 구세주를 경배하러 온 첫 인물마저 가축을 치는 목자들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사람들로부터 멸시를 받던 하층민이었고 법정에서 증언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통해 그 목자들에게 구세주의 탄생을 알려주셨습니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한 갓난아기.’ 이것이 목자들이 구세주를 알아볼 수 있는 징표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자발적으로 선택한 가난과 겸손 안에서 이렇게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고, 이 모든 결정들은 인간의 영적인 유익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주님께서 아주 낮고 가난한 곳으로, 힘없고 연약한 한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것은, 그분의 구원 계획에서 어느 누구도 제외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님께서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힘없는 이들에게까지 다가가십니다.

우리 역시 그런 주님의 손길로부터 제외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고 그분의 자녀로서 합당하게 살아가는 순간은 물론이고, 그 반대의 상태에 놓여 있을 경우라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서 당신의 손길을 거두지 않으십니다. 때론 우리 자신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실망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저도 주님께서는 결코 우리에 대해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어떤 순간에도 손길 거두지 않는 주님

예수님의 탄생이야기는 우리에 대한 그러한 주님의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이사 9,1)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와 모든 이들을 위한 참된 빛으로 세상에 오셨고, 우리와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 임마누엘이십니다.
 

유승록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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