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눈싸움

[월간 꿈 CUM] 수도원 일기 (6)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자고 일어났더니 밤새 눈이 내려 수북이 쌓였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참 아름다웠다. 기분도 좋았다. 수도원 강아지도, 수사님들도 하얗게 쌓인 눈을 무척 반가워했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 모두 빗자루와 눈 치우는 삽을 들고 나와 눈을 쓸고 길을 내었다. 눈을 한쪽으로 몰아 쌓아놓으니 제법 눈 벽이 높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수사님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눈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곧 전쟁이 벌어졌다. 장난삼아 살살해도 될 것인데 무슨 눈싸움을 진짜 살벌하게 전쟁하듯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수세에 몰린 수사님 몇몇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빠져나갈 길이 없었는지 옆집 수녀원으로 도망을 쳤다. 우리는 도망간 수사님들을 쫓아갈까 하다가, 불쌍해서 그냥 눈싸움을 멈추고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수녀원 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도망갔던 수사님들이 수녀님들에게 쫓겨 눈팔매를 맞으며 우리 쪽으로 도망을 오고 있었다. 수녀님들도 아침에 눈을 치우다가 수녀님들끼리 눈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맹한 우리 수사님들이 수녀원으로 도망갔다가 걸려서 수녀님들의 눈팔매를 맞기 시작했던 것이다. 수녀님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감당이 안되니, 일단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냅다 우리 쪽으로 도망을 친 것이었다. 우리는 눈싸움이 확대되는 것이 두려워 우리 쪽 문을 닫아걸어버렸다.

문이 닫혀 들어오지 못한 도망자 수사님들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잠시 요란한 소리가 계속 나더니 이내 잠잠해졌고, 겨우 뒷동산으로 도망쳐 살아 돌아온 도망자 수사님들의 몰골은 참 비참했다. 눈탱이는 시뻘건 채 콧물은 주르륵 주르륵, 머리는 다 젖은 채였다.

수녀님들…, 잘 하셨어요. 고마워요~!!! 이 은혜 며칠 동안 잊지 않을게요~!!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8

1티모 2장 15절
여자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을 지니고 정숙하게 살아가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