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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된 침묵 깨기

[한창현 신부의 모두의 시노드](21) 시노드 정신 살아가기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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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원인 안토니오 스파다로는 「치빌타 카톨리카」를 통해 시노드 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2021년 11월 6일 한국어판 2023년 여름 노우재 신부 옮김) 교회가 시노드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안주하지 않고 깨어 있으면서 하느님의 숨결에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스파다로는 특히 시노드와 관련하여 극복되어야 할 태도를 제시합니다. 교회 안에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낡은 해결 방법을 제시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태도가 존재합니다. 스파다로는 이러한 태도는 예수님께서 탁자를 둘러 엎으셨을 때의 성전 상인들의 태도라고 설명하며(마태 21,12), 예수님께서 책상을 발로 차버리셨던 것처럼, 우리도 시노드를 통해 불편함과 놀라움을 대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불편함과 놀라움 대면할 수도

스파다로는 시노드 여정 안에서 예상치 않았던 불편함과 놀라움을 대면하더라도, 그 자체의 역동성에 끝까지 참여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스파다로는 ‘놀이하기’와 ‘놀이참여’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놀이의 주체는 놀이하는 사람이 아니라 놀이 자체이고, 놀이는 놀이하는 사람을 통해 생명을 얻습니다. 놀이하는 이가 놀이에 푹 빠져들 때, 놀이가 그 목적에 도달합니다. 이를 적용해 보면 시노드에 참석하는 이가 성령의 활동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끝까지 신실하게 참여할 때, 교회는 그 자체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게 됩니다.



함께 고뇌하고 위로받는 영적인 순간

커뮤니케이션 원리의 차원에서 본다면 시노드의 역동성에 참여하는 과정(decision-making)은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게 되며, 차이의 확인은 자연스럽게 불화와 균열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엄청나게 힘들기 때문에 그만하자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시노드의 주어진 여정 안에서 최대한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끝까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도모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시노드 회의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시노드는 거짓된 침묵 안에서 모두가 동의하기보다, 함께 고뇌하고 위로받는 영적인 순간이 되어야 합니다. 시노드의 원형인 예루살렘 공의회와 관련하여 사도행전은 사도들과 예루살렘 교회의 원로들 사이에 ‘오랜 논란’(사도 15,7)이 있었다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할례 문제와 관련하여 유다에서 온 다른 형제들과 ‘바오로와 바르나바 두 사람이 적지 않은 분쟁과 논란’(사도 15,2)을 일으켰습니다. 바오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케파에게 ‘정면으로’(갈라 2,11)으로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노드 여정의 사목적이고 교의적인 열정은 지혜와 솔직함, 용기와 진실성을 바탕으로 활기찬 토론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상호 경청의 믿음이 필요한 이유

하지만 갈등 상황을 회피하려는 한국인의 특성상 불화와 균열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시노드의 역동성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은 감정적인 연결이 중요하고 상대방과의 신뢰와 친밀감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는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을 고려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시노드의 역동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귀 기울여 준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소통되고 영적인 차원에서 상호 경청하는 토론 문화의 형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무엇보다 은총이 통과하고 있음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창현 신부/성바오로수도회 양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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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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