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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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대답, 참과 거짓도 식별이 가능할까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52.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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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내어준 정보와 담론에 의해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상을 살아간다면 어떤 변화된 인류의 삶이 펼쳐질까. pixabay 제공

어느 날 챗GPT에게 말을 건넸다. 어찌나 친절하고 정성껏 답을 해주는지 사람이라면 벌떡 일어나 고맙다고 고개 숙이고 싶을 정도였다. 속도는 또 왜 이렇게 빠른지. 마치 신기한 요술 방망이처럼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듯 묻는 대로 막힘없이 술술 답해주었다. “너는 시도 잘 쓴다던데 ‘예수님’에 대한 주제로 시를 써줘!” 하자, 망설임 없이 “물론이죠” 하더니 ‘예수님 사랑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담은 시’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시가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졌다. 그러더니 시 말미에 “나의 작은 시로 예수님께 감사와 사랑을 표현했다”는 따뜻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우리는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끔찍할 정도로 가혹한 노동 착취로 정신과 영혼을 잃게 한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 지금 우리는 정보 혁명에 이어 디지털 혁명시대를 살고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린 지금 충분히 괜찮은지 묻고 싶다.

디지털혁명 시대는 제품 대신 정보를 가공해 지식을 대량 생산한다. 우리는 20여 년간 ‘구글 검색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거대한 정보의 쓰나미에 휩쓸려 살아왔다. 클릭을 수도 없이 하면서 링크를 타고 웹(web)의 바다에서 파도 타듯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여유도 없이 막히면 무조건 검색하는 습관까지 생겼다.

그런데 검색에서 얻은 정보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소모품과도 같다. 쇼핑하듯 빠르게 훑으면서 적용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고 과정 자체가 생략되었기에 뇌에 저장하지 않는다. 뇌는 에너지 절약에 탁월하기 때문에 링크만 타면 알 수 있는 정보를 굳이 저장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린 그동안 검색만으로도 정보에 도취되어 살아왔다. 지속적으로 다른 정보로 연결된 하이퍼링크 위에서 시간을 소비하면서 말이다.

2022년 11월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GPT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 이후 강력한 혁명이라고 말한다. 검색하지 않아도, 굳이 여기저기 링크를 타고 항해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해온 검색 행위가 모두 흔적으로 남아 상업적으로 이용되었으니, 어쩌면 챗GPT 등장을 반가워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저 무엇이든 물어만 봐라.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리고 어떤 분야든 세상 모든 정보를 송두리째 학습한 인공지능이 완벽에 가깝게 답해줄 것이라고 예고한다.

21세기 들어 20여 년간 축적한 데이터의 양이 5000년이란 시간 동안 쌓아온 데이터의 약 3000배가 넘는다고 한다. 인간의 뇌로는 감당조차 안 되는 무서운 증가세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은 빠른 시간에 스스로 학습한다. 대화를 통해 상담도 하고 철학적 의문에 대해 논쟁도 한다. 논문, 시, 미술, 소설, 드라마, 음악 등 텍스트 기반으로 한 모든 내용을 신속하게 대답해준다. 한 마디로 ‘인간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성체’의 등장이란 말이 생길 정도다. 인공지능은 지난 10여 년간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스스로 세상을 알아보고 학습하기 시작했다. 알고리즘 병렬처리가 가능하면서 조 단위의 데이터 학습 능력을 지녔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의 확률 관계를 학습하면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예측도 가능할 정도다. 인간보다 훨씬 더 똑똑한 기계가 우리 앞에 나타나 함께 가자고 유혹한다.

무엇보다 챗GPT의 대답은 너무도 정교하고 사실적이어서 진짜 같다. 그런데 참과 거짓도 식별이 가능할까? 결국 참과 거짓도 사람이 입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참과 거짓을 소설처럼 교묘하게 섞어 그럴듯하게 진짜처럼 가짜를 생성하기도 한다. 문제는 삭제 속도보다 퍼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왜곡 심화로 이어지는 허위 정보 캠페인에 동원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뼈아프게 지적한 내용이다. 우리는 새롭고 놀라운 뉴스에 흥분한다. 그렇기에 가짜 뉴스에 더 많이 주목하기 마련이다. 가짜 뉴스 차원을 넘어 진실을 위협받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내어준 정보와 담론에 의해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상을 살아간다면? 챗GPT는 점점 인간의 사고방식을 닮으려 하겠지만, 결국 우리가 인공지능의 사고방식에 의해 세상을 바라본다면? 진실의 위기 아닐까?



영성이 묻는 안부

구글 검색은 링크된 다양한 정보를 주고 결국 내가 선택하지요. 하지만 챗GPT는 바로 답을 줍니다. 그나마 잠시 선택할 마음의 여백마저 사라지는 것이죠.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또 어떤 면에서 더 정확하지요. 인공지능은 인간만이 지닌 능력이라고 믿었던 지성과 감성까지 훔쳐갔습니다. 공상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들이 인간 흉내를 넘어 인간보다 더 똑똑한 능력을 과시하고, 더 인간 같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나 인간과 대적할 수 있다는 두려운 상상도 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유형의 행보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형제애와 평화에 기여하는 노력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교황님의 간절한 기도에 우리의 두 손을 정성껏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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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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