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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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사순 제1주일-성령의 인도로 광야로 간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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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19 참조) 이 말씀과 함께 지난 재의 수요일, 참회의 상징으로 머리에 재를 얹으며 우리는 회개와 보속의 사순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기억하며 사순절 동안 희생과 극기를 실천하고, 단식과 금육을 지키고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며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받다

사순 첫 주일인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받으심과 첫 복음 선포에 관한 내용입니다. “성령께서는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마르 1,12-13) 성령의 인도로 예수님께서는 광야로 가셨습니다. 거칠고 척박한 광야는 사막과 달리 극소수의 동식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일상의 삶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 세상 사람들로부터 격리된 곳으로 황량함과 고요, 침묵과 고독을 마주하게 되는 장소입니다. 그런 광야로 성령께서 예수님을 보내셨습니다.



고요와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 깊은 만남

그 이유를 같은 복음서의 다른 구절들을 통해 묵상해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마르 1,35)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하셨다.”(마르 6,31)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외딴곳은 많은 일과 사람들과의 잦은 만남으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고요와 침묵 가운데 하느님과의 만남을 위한 장소였습니다. 그 만남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은 맡겨진 사명 수행에 필요한 힘과 용기를 지속적으로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공생활 직전에 성령의 인도로 예수님께서 광야로 가신 이유도 하느님과의 더욱 깊은 만남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시련을 겪고 약속의 땅으로 간 이스라엘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 이스라엘은 40년 동안 광야에서 시련을 겪은 후에야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구원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고 하느님의 뜻을 올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이스라엘은 하느님 백성으로 양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초대 교회에 신앙의 자유가 주어진 이후에는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를 위해 일부의 신자들이 광야로 향했습니다. 안전과 편안한 삶을 보장해주는 세상의 모든 조건들을 포기하고 찾아간 그곳에서 그들은 고요와 침묵 속에서 온전히 하느님께 집중하였습니다. 그들로부터 오늘날의 수도생활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적인 힘과 양식을 얻는 기도

이처럼 광야는 일상적 삶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 거칠고 위험스럽고 외로운 곳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하느님과의 만남이 가능한 곳입니다. 그곳에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처럼 시련과 유혹도 겪게 되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된 자신의 소명을 다시 확인하고, 그 소명을 수행할 힘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영적 떠남을 위한 ‘광야’는 어디입니까? 일상에서 물러나 고요와 침묵 가운데 하느님을 만나려는 시간과 장소, 곧 하느님과의 대화를 위해 마련하는 기도의 순간이 우리의 광야일 것입니다. 그곳에서 세상과 단절된 가운데 오직 하느님만을 위해 온전히 마음을 쏟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분심을 통해 고독과 갈등, 유혹과 시련도 겪게 되지만 하느님 현존을 더 깊게 체험하고, 오로지 하느님만이 주시는 영적인 힘과 양식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특별히 사순 시기는 충실한 신앙인으로 변화되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때입니다. 이러한 사순 시기 동안 하느님만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우리의 광야로 떠나는 시간을 더욱 자주 마련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유승록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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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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