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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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전문가

[월간 꿈 CUM] 삶의 한 가운데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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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 부른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본인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참 많다. 어떤 분야에 오래도록 근무했다는 본인만의 자부심이 전문가인 양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10년 이상 일을 했기에 전문가인 척 생각하고 행동한다.

실제로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분야에 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대화를 하다가 본질적이고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면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고 말문을 닫아 버린다. 대충 얼버무리거나 말끝을 흐리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듯 횡설수설 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가 아니다. 그냥 본인이 하고 있는 좁디좁은 시각에서의 일을 10년 이상 반복해서 기계적으로 해 왔을 뿐이다. 본인만의 자부심이 아니라 자만심이라 해야 더 옳다.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마주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고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는데 막상 진실을 마주하니 순간 말문이 막히고 얼굴은 화끈거리는  것이다.

10년 이상의 시간에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습득한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의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낸 결과이다.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라는 말이 딱 이 경우이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절대로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본인만의 틀을 짜놓고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인다. 더 이상 변화와 성장을 위한 본인의 노력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려 하지 않고 외면하며 살아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처럼 진짜 전문가를 만나면 기품과 겸손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본인이 많은 말을 하기보다 먼저 상대방의 대화를 경청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해 사려있는 답변을 해준다.

진짜 전문가는 진실과 마주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더 공부하고 성찰하며 배움을 지속한다. 진실과 마주했을 때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기꺼이 인정하고 본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한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전문가입니까?”라고 질문한다면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일까?


글 _ 이재훈 (마태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 사무국장)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앙 안에서 흥겨운 삶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가톨릭사회복지 활동에 투신해 오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매순간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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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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