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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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십니까?

[월간 꿈 CUM] 삶과 영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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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형제님은 자신의 성격적 단점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해 오신 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성격이 변하지 않자 처음엔 자신을 원망하고 큰 실망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고 난 후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답답한 마음과 함께 자신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 사실 마태오 형제님은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고유한 성격적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변화만 요구했을 뿐,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마태오 형제님은 상담 안에서 내면의 깊은 외로움과 상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점차로 자신의 관계적 문제에 대한 원인을 타고난 성격(기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성격적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신념)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세상이 갑자기 밝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준 생각, 즉 가치관이나 신념체계가 그리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본성을 바꾸려 했던 지난 시절의 노력보다는 훨씬 더 쉬운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점점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은 마태오 형제님이 사람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가치 및 신념 체계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된 질문이다. 이 형제님처럼 대인관계가 불편할 뿐 아니라 분노와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스스로 이 질문들에 답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1. 타인이 옳지 않은 일을 했을 때 화나 분노를 참기가 어렵습니까? 

2. 매사에 옳고 그른 것이 분명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어야 마음이 편합니까? 

3.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고, 해야 할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매사에 엄격한 편입니까? 

4.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등 주변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편입니까? 

5. 타인의 장점보다 결점이 눈에 잘 들어와 매사에 비판적입니까? 

6. 자신의 생각을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편입니까? 

7.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까? 

8. 시간관념이나 돈 계산이 느슨한 사람을 싫어합니까? 

9.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면 못 쓴다’ 식의 말투를 잘 씁니까? 

10. 부모로서(부모가 되면) 아이들을 엄하고 책임감 있게 키운다고(키우겠다고) 생각합니까? 

마태오 형제님은 이 모든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엄격한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올바른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에게 비쳐진 세상은 선(善)하기보다는 악(惡)하며,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타인보다는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이기적 존재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세상과 사람들에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타인을 가르치거나 충고하는 습성을 지니게 된다. 그러자 사람들은 매사에 비판적이고 부정적이라며 오히려 자신을 비난한다. 자신은 옳은 말을 할 뿐인데, 사람들은 자신을 꼰대라고 비꼬거나 혹은 융통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런 반응을 듣고 나면 솔직히 화가 나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간 관계 안에서 이런 패턴이 계속되자 어느덧 가족들도 하나 둘 떠나가고 주변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태오 형제님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 관점이 어린 시절 주입된 가치관임을 깨닫고 성경말씀을 토대로 한 인지치료를 받게 되었다. 자신의 여러 생각들 안에 존재하는 “~하면 안 된다”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신념체계가 “그럴 수도 있다” “꼭 ~해야 할 필요는 없다”로 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 비판보다는 수용, 비난보다는 관용을 보여주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미워했던 주변사람들이 이해되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그제야 마태오 형제님은 자신에게 회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 8,32)
 


글 _ 박현민 신부 (베드로,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사목 상담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전문가연합회에서 각각 상담 심리 전문가(상담 심리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는 전인적인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성필립보생태마을에서 상담자의 복음화, 상담의 복음화, 상담을 통한 복음화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상담의 지혜」, 역서로 「부부를 위한 심리 치료 계획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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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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