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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제물

[월간 꿈 CUM] 회개 _ 요나가 내게 말을 건네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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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사 기도와 함께 당신께 희생 제물을 바치고 제가 서원한 것을 지키렵니다.”(요나 2,10)

기원전 130년경 지중해 일대의 최고 패권 국가인 로마는 일찍이 그리스를 함락시키고 끝없이 영토를 확장하여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디오클레티아누스 (284~305년 재위) 황제 시대에는 이미 그리스는 물론 소아시아(튀르키예)를 비롯하여 이스라엘과 북아프리카 전부를, 서쪽으로는 스페인과 바다 건너 영국 땅까지 점령하는 대제국의 영토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로마 대제국의 영토에서 이스라엘은 그야말로 변방 중의 변방이요, 보이지도 않는 작은 식민지였습니다. 바로 이런 작고 슬픈 역사를 간직한 나라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식민지 백성으로 탄생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에 의해 교회가 세워지고 제자들이 복음을 전파합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피눈물 나는 선교의 열정과 순교를 이겨내는 장한 믿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토록 빨리 로마 제국 전체로 복음이 불길 같이 퍼져 나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학자 들은 신약성경의 집필이 끝난 시기를 대략 서기 100년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신약성경 집필이 끝나고 본격적인 복음 전파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불과 100년 사이에 로마 대제국 내의 그리스도교는 이미 더 이상 박해로는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종교로 성장해 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그리스도교를 확산시킬 수 있었을까요. 급기야 서기 300년이 시작되면서 로마는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대에 밀라노 관용령(313년)을 통하여 그리스도교의 박해를 멈추고 종교의 자유를 허락합니다.

이것은 서기 312년 콘스탄티누스와 군사적으로는 훨씬 우세한 막센티우스 군대와 로마 근교 밀비우스 다리에서의 승리 때문이기도 하였고,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로마는 더 이상 그리스도교인들을 죽일 수 없을 만큼 제국 내에 엄청난 신자들이 증가하여 손을 들었던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그리스도교의 성장을 가능케 했던 것일까요?

미국의 저명한 종교사회학자 겸 종교사가인 로드니 스타크 교수는 고대문헌 연구를 통해 새롭고 놀라운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로마 대제국에 그리스도교가 전파될 무렵 로마는 아주 끔찍한 두 번의 역병을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자들은 첫 번째 역병은 천연두였을 것으로, 두 번째 역병은 홍역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늘날은 큰 병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로마 대제국 시대에는 이 역병으로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공포와 절망의 역병으로 민심은 흉흉했고, 도시 사람들은 봉쇄를 피해 달아나기에 급급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문을 닫아걸고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그저 자기 목숨만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체는 쌓여갔고 죽음의 공포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급기야 황제도 로마를 버리고 시골로 피신하게 됩니다. 이러한 때에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지옥 같은 도시를 떠나지 않고 죽어가는 환자들을 극진히 돌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끔찍한 죽음의 공포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박해의 죽음과도 맞섰던 ‘부활신앙’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신자들의 뇌리 속에는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리시고 극진한 사랑으로 돌보시는 예수님의 모습과 가르침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신자들은 역병을 만나 죽어가는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돌보며 면역력이 생기면서 강해졌다고 합니다. 또한 당시 신자들은 유다교의 정결례법을 잘 지켜 청결을 유지했기에 역병에 더욱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 같은 그리스도인들의 눈물 나는 극진한 돌봄으로 살아날 수 있었던 사람들은 그저 탄복할 수밖에 없었고 감동적인 소문은 제국 내로 급속하게 퍼져나가 교회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던 것입니다. 로마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제껏 믿었던 허황된 신화의 신들이 얼마나 거짓이고 조잡한지를 깨닫게 되어 유일신이신 하느님의 교회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로드니 스타크 교수는, 이 역병의 시기에 그리스도인들의 수는 100를 넘어 500 이상 수직 상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그리스도교 복음 선포의 놀라운 확장은 교우들의 죽음을 이긴 사랑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사랑은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7)

그래서 요나는 다시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하느님께 바치는 최고의 희생 제물은 사랑입니다. 사랑의 삶이 그 어떤 번제물보다 위대한 것입니다. 과연 삶의 마지막은 사랑입니다.” 

배광하 신부


글 _ 배광하 신부 (치리아코, 춘천교구 미원본당 주임)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춘천교구 배광하 신부는 1992년 사제가 됐다. 하느님과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며, 그 교감을 위해 자주 여행을 떠난다.
삽화 _ 고(故) 구상렬 화백 (하상 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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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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