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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43. 답을 주고 싶어하는 욕구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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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사제 생활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할는지요.



답:
사제 생활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것들은 참으로 많습니다만 사제들은 본당에서 상담가 역할을 할 때가 많으므로 상담가 입장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을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첫째는 다른 사람에게 답을 주고자 하는 욕구입니다. 누군가 충고를 원할 때 대부분 사람들은 그에게 답을 주고 싶어 합니다. ‘그런 때는 이렇게 해 봐’ 혹은 ‘그런 사람하고 어떻게 살아. 차라리 헤어져’ 혹은 ‘그런 일은 하는 게 아니야’ 하면서 직접적인 답을 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 반응이 미지근하면 더욱더 강하게 몰아붙이고 심지어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은 일들을 경험하고 다 해결한 듯이 거짓말을 늘어놓는 희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상대방이 납득하고 감탄할 만한 답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상대방이 시원찮은 반응을 보일 때 감정적 불편함으로 대응합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바른 답을 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심지어는 상대방에 대해 비난을 합니다. 어른이 말하는데 들을 생각조차 않는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이라는 등 뒷전에서 험담하기조차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첫째는 본인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기 때문입니다. 상담가나 사제는 연예인이 아닙니다. 연예인들은 사람들의 환호와 인기에 힘을 얻고 살지만, 사제나 상담가들은 인기나 환호성에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런 것에 마음을 두고 산다면 자칫 자신만의 길이 아닌, 신념은 없고 눈치만 보며 표를 구걸하러 다니는 일부 철새정치인들처럼 되기 십상입니다.

둘째 이유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 때문입니다. 자신의 무지함을 자각하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쥐꼬리만한 지식에 지나친 자신감을 가졌을 때 우물 안 개구리처럼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기 과대 평가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신자들에게 답을 주고 싶어 하는 욕구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대방을 조정하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자기 통제 욕구와 타인 통제 욕구를 가지고 삽니다. ‘왜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되지’ 하는 것은 자기 통제 욕구에서 나온 것이고, ‘왜 다른 사람들이 저 모양으로 사는 거야’ 하는 말은 타인 통제 욕구에서 나온 말입니다. 즉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정도가 강할수록, ‘말세야’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수록 사실은 타인을 조정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구하는 답은 성경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을 주고 싶어하는 것은 개인의 욕구에서 나온 것이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사제나 상담가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어 주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고민을 이야기할 때 마음을 열고 들어 주는 것,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상담가들이 아무 말도 없이 들어주기만 하면 상담료가 아깝다고 합니다. 점을 치는 사람들처럼 앞날에 대한 답을 바라는 의존적인 마음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인데 사제나 상담가는 사람들을 자신에게 의존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사제나 상담가들이 점치는 사람들처럼 답을 주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답을 찾고 스스로 일어서게 하려는 깊은 배려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만약 묻는 물음에 일일이 답을 준다면 사람들은 혼자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다 물어보고 선택하는 유아적이고 종속적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답을 주지 않는 것이 답을 주고 싶은 욕구를 절제하는 것이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가장 좋은 길이란 것입니다. 이것이 안 된다면 자기 자신부터 분석을 받아야 합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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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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