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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47. 등신 콤플렉스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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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보코하람으로부터 탈출한 피해자들이 더럽혀진 여인들이라고 정신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피해자인 여성을 괴롭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답:
자식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해 돌아왔는데 고향 사람들이 위로와 치유를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더럽힌 아이들이라고 외면하는 것은 복잡한 심리 구조에서 나온 것입니다. 우선 아이들이 납치를 당하였는데도 그것을 막지 못한 자신들의 무능함을 숨기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기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면하려는 아주 덜떨어진 심리 작용이란 것입니다.

정작 사람들이 비난해야 할 대상은 무장 세력인 보코하람인데 그 무리에 대하여는 언급을 피하고 아이들을 비난하는 행위는 힘 있는 세력에게 굴종하는 노예적 근성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이런 현상을 일컬어서 ‘등신 콤플렉스’가 발동하였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밖에서는 아무 힘도 못 쓰면서 집안의 힘없는 식솔들을 못살게 구는 사람들을 일컬어서 ‘등신’이라고 비난하였는데 나라가 힘이 없어서 강대국 앞에서 설설 길 때 그런 등신 콤플렉스가 발동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환향녀가 거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당시 강대국인 중국으로 끌려갔다가 간신히 돌아온 이 땅의 딸들을 모국에서는 몸을 더럽힌, 집안 망신을 시킨 여자로 취급하였습니다. 심지어 화냥년이라는 욕설까지 만들어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환향녀들은 이중으로 고통받는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야 했던 비극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보코하람으로부터 탈출한 여인들도 우리의 환향녀와 같은 처지인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에 아직도 등신 콤플렉스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성적 폭력을 당하였을 경우 세간의 시선은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를 더 비난하는 쪽으로 갑니다. 피해자에게 범죄 동기를 제공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개성공단에서 자신들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정부의 강압적 정책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두고 ‘그러게 왜 그런 곳에서 사업을 했단 말이냐’ 하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조차 있습니다. 또 세월호의 경우 유족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자신들이 등신 같은 사람임을 자인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족들을 좌파로 몰아가려는 사람들과는 다른 병적인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좌파로 몰아가는 ‘매카시 콤플렉스’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매카시 콤플렉스는 권력욕과 지배 욕구가 낳은 괴물 같은 심성, 자신의 이득을 지키려고 희생물을 만드는 잔인성을 보이는 병적인 심리인데 반하여 등신 콤플렉스는 대개 열등감이 많은 사람들, 인생에서 어떤 결실도 거두지 못한 사회적 낙오자들이 가진다는 점에서 다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병적인 콤플렉스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등신 콤플렉스는 인간이 가진 가장 이기적인 심성에서 비롯됩니다. 피해자들이 자신과 얽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혐오하는 병적인 심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에 부담을 주는 것과 심리적 담을 쌓으려고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인격을 갖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격이란 생활에서 개인을 특징짓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체적인 감정이나 행동 경향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인격에 결함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인격 장애’라고 하는 것인데 현실과는 괴리가 생기고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난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격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고통받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괴롭히는 사람들을 ‘가학성 인격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고치기도 어렵고 고칠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기에 사회적 문제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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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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