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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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80)좋은 습관의 비결이 있나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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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연구한 수많은 문헌의 한결같은 결론은 행동과 그에 따른 보상이 연결되면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뇌는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행동이 보상으로 연결될 때 곧바로 습관을 형성한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해서 기분이 상쾌해졌다고 해보자. 아침 운동은 상쾌한 기분이라는 보상으로 강화되어 습관이 된다. 나쁜 습관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의 흡연은 친구와의 대화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고, 스트레스 해소나 친밀감이라는 보상이 발생하면 흡연은 습관으로 굳어진다. 긍정적 습관을 만들고 싶으면 원하는 행동을 하고 난 후 보상을 얻도록 하고, 부정적 습관을 고치고 싶으면 그 행동과 보상 사이에 연결고리를 끊으면 된다.

여기서 문제는 반복된 행동을 어떻게 실천에 옮기느냐에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굳은 마음가짐과 결심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 때문에 힘이 드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시 고쳐 잡으라는 말인가? 이 말에 화가 나지 않는다면 아마 살아있는 성인일 것이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반복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하는 것(just do it)”이다. 작동흥분이론(work excitement theory)에 의하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일단 시작하게 되면 뇌의 측좌핵이 흥분하면서 그 일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띠게 된다. 처음엔 별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뇌는 그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려는 관성을 가진다. 좋은 습관을 얻기 위해 반복된 행동과 보상을 구태여 연결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한 번 실행하면 뇌는 그것을 반복하려는 움직임을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일에 즐거움이란 보상을 선사하여 습관이 형성된다. 시작이 반인 셈이다.

신앙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 중에 하나가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만일 기도가 직접 보상과 연결되었다면 습관적으로 기도할 것이다. 기도하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지는데 기도하지 않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도와 현세적 보상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기도가 습관으로 굳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매 순간 기도하는 성인들은 어떻게 기도의 습관을 들일 수 있었을까? 하느님을 우선적으로 사랑하셨기 때문에, 혹은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영성심리학적 관점에서는 뇌 안에서 기도와 보상이 연결되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의 보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속적 보상이 아니라 영적인 보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마태 6,5) 예수님 시대에 종교지도자들은 기도하면서 현세적인 명예와 존경을 보상으로 받았기에 기도를 열심히 했을 것이고 습관도 잘 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마태 6,6)이라고 말씀하신다. 즉 기도의 보상은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이 아닌 영적이고 하느님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보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면 우리는 기도를 삶의 일부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을 얻게 된다. 그러고 나서 그냥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기도를 그냥 한번 시작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한 기도의 행위는 뇌의 측좌핵을 흥분시켜 그 기도의 행위를 지속하려는 관성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 안에서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적인 보상은 우리를 더욱 기도하도록 이끌어 주실 것이다.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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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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