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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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81)청소와 정리정돈의 최고 비결은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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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을 찾은 데레사는 게으른 자신의 행동을 고치고 싶다고 했다. 데레사는 자신이 왜 이렇게 게으른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한탄했다.

“저는 원래 게으른 기질을 지니고 태어난 것 같아요. 어렸을 적부터 책상 정리나 방 정리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늘 엄마한테 혼나면서도 침대 위에는 산더미처럼 옷가지가 늘어져 있고, 방바닥에는 먹고 남은 간식거리와 잡다한 물건들이 가득 차기 일쑤였지요. 성인이 된 지금도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요. 밥을 먹고 난 후 설거지는 늘 밀려있고, 음식물 쓰레기도 냄새가 심하면 수거함에 갖다 버리곤 해요. 바쁠 때면 청소도 한 달에 한 번 하기도 하죠. 청소하려고 하면 갑자기 힘이 빠지고 의욕이 안 생겨요. 이런 저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데레사는 정말 천성이 게으른 것일까? 보통 기질적으로 굼뜨고 행동이 느린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자꾸 행동을 미루면서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게으른 천성을 지닌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게으름의 원인을 천성이 아니라 의욕상실, 혹은 동기결여로 본다. 게으름은 천성이나 기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소나 정리정돈이 안 된다면 그것은 청소하고 싶다는 욕구가 부족하고, 청소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즉, 청소나 정리정돈이 안 되는 이유는 그것을 “왜?” 그리고 하필 “지금?”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데레사는 찬장에 있는 그릇이 모두 싱크대 안으로 출장을 나와 더 이상 여분의 그릇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설거지하곤 했다. 마찬가지로 더 이상 위생적으로 불결함을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어야만 비로소 청소를 시작하였다. 데레사에게 있어서 청소와 정리정돈은 불편함이 생길 때에 최소한으로 수행하는 일이었다. 매일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어차피 오늘 청소기를 돌려도 내일 먼지가 쌓일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불편하지 않으면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어 청소하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한 의욕과 동기는 이처럼 사람마다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데레사가 청소나 정리정돈을 잘하고 싶다면 우선적으로 청소와 정리에 대한 필요성과 의미를 다르게 인식해야만 한다. 데레사에게 물었다. 친구나 지인을 초대할 때에도 청소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그때는 당연히 대청소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데레사 자매님, 청소나 정리정돈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딱 하나의 비결은 바로 매일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로 한바탕 웃음을 지었지만, 사실 뼈있는 농담이었다.

데레사는 자신을 위한 배려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 친구나 지인에게는 깨끗한 집안에서 정갈한 음식을 대접하려 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어쩌면 청소는 타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보시일 수 있다. 데레사와의 상담의 주제는 어느새 청소에 대한 게으름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지 않는 심리적 문제로 옮아가고 있었다.

타인에게는 잘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자신을 위한 일에는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자신을 돌본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정갈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위생상 문제나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함만이 아니다. 청소와 정리정돈은 바로 나에 대한 예의이며 배려이다. 나를 이 집에 초대하여 스스로를 대접하려는 마음이야말로 청소와 정리정돈에 대한 가장 훌륭한 동기부여가 아닐까?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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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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