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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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의 안내자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미카엘의 순례일기] (29)한 가이드를 위한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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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순례를 기획한다는 것은 무척 까다로운 일입니다. 더 편하고 쾌적한 항로를 찾는 일, 미사 장소를 물색하고 동선에 맞게 시간을 조정하는 일 등등 크고 작은 것들을 여러 번 체크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막상 순례 중에는 수많은 변수와 예기치 못한 사고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럴 때 인솔자로서 가장 큰 힘이 되는 사람은 현지 가이드입니다.

제가 순례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여정을 함께 할 각 지역의 가이드를 섭외하는 일입니다. 현지에서 신앙의 유산을 전하며 동행하는 순례 가이드는 너무나 중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성지인 이스라엘에서조차 가톨릭 신자 가이드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개신교 신자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별 교회에서 선교사 양성을 위해 일반 신자를 성지로 파견할 수 있는 개신교에 비해, 가톨릭교회에서 평신도를 교육이나 양성 과정으로 성지에 보내는 일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수백 명에 달하는 개신교 가이드들 사이에 보물처럼 존재하는 열 명 남짓의 가톨릭 신자 가이드는 어딜 가나 귀한 존재입니다.

오늘 이 지면을 통해 저는 오랜 시간 알았던 어느 가이드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두꺼운 안경과 투박한 인상에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성지순례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보다도 뜨거웠던 분이었습니다.

가끔 순례단에게 이야기를 하셨던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그분은 어린 시절 많은 고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상경해 군대를 다녀온 이후 무작정 가출했고,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로 건너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먹고 살길이 없어 향한 그곳에서도 식당 허드렛일을 전전하며 쉽지 않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학창 시절의 선배가 파리로 출장을 와 마침 그분이 일하던 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선배는 다음 날 종일 시내 투어에 동행해주기를 부탁하고는 적잖은 용돈을 주었습니다. 가이드라는 직업을 처음 만난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길을 걷게 된 그분은 일반 패키지여행의 가이드로 일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스페인까지 건너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성지 순례를 하는 순례단을 처음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일반 여행과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 방문하는 모든 곳을 진지하고 경건하게 대하는 사람들, 순간순간에 정성을 다하는 순례길에 감동한 그분은 이후 성지 순례에 푹 빠졌습니다. 개인적인 여러 어려움도 순례를 통해 이겨나갔습니다. 한동안 까미노의 길(산티아고 순례길 중 하나. 주로 프랑스에서 피레네 산맥을 지나 스페인 북부를 통과하는 길을 가리킴) 중간에 작은 알베르게(순례자 숙소)를 운영하며 한국에서 온 순례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완전히 얼어붙은 여행업의 여파를 그분 또한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악재가 겹치고 겹쳐 그분은 결국 올해 초에 홀로 한국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가 격리에 드는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정을 알게 된 한 신부님의 도움으로, 성당 한 켠에 숙소를 마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바이러스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언젠가 다시 시작될 성지 순례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몸을 돌보지 않고 일했던 탓일까요, 지나치게 자주 찾아오는 두통을 몇 알의 진통제로 달래가며 지냈던 탓일까요. 하느님께서는 갑작스럽게 그분을 불러올리셨습니다. 차가운 행려 병동에서 숨을 거둔 그분에게, 평생의 직업과 꿈을 앗아간 바이러스는 끝내 조문객조차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황망하게 그분의 부고를 전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귀국했다는 연락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성지 순례, 그리고 그 길을 인도하는 가이드라는 직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며 수많은 사람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그분은 정작 당신이 가는 길의 쓸쓸함은 살피지 못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이 작은 창구를 통해, 낯선 땅에서 모국의 순례자들을 인도하며 살아갔으며 이제는 하느님 나라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그분을 위한 작은 기도를, 나아가 지금의 상황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를 잠시나마 부탁하고 싶습니다.



“행복합니다, 마음속으로 순례의 길을 생각할 때 당신께 힘을 얻는 사람들!”(시편 84,6)



김원창(미카엘, 가톨릭 성지순례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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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7-2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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