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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의 토닥토닥] (32)화가 나면 늘 집을 나갑니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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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예진 회장



남편과의 갈등으로 자주 집을 나가는 영희씨의 이야기입니다. 영희씨는 남편과 싸우는 일이 빈번합니다. 남편의 과다한 음주와 잦은 폭력 때문입니다. 집안의 경제적 부분까지도 영희씨가 책임지고 있습니다. 일로 인해 귀가 시간이 늦고, 몸도 천근만근 지치고 피곤하다 보니 고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돌볼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고 남매가 서로 의지하고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닙니다. 아들은 아빠를 닮아 그런지 화가 많고 소리를 자주 지르며, 동생에게 윽박지르곤 합니다. 딸은 손톱을 자주 깨물고 오빠를 무서워합니다.

영희씨는 남편이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찜질방에 가서 선잠을 자고 새벽녘에야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4년을 살다 보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6개월 전에는 집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었습니다. 영희씨는 현재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집에 남은 아이들을 남편이 잘 건사할 리 없지만, 영희씨는 자기 한 몸 돌보기에도 벅차 아이들 만나는 것도 힘이 듭니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얼굴 보는 게 다입니다.

영희씨의 이러한 빈번한 가출은 어린 시절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은근히 오빠와 동생을 편애했습니다. 자신에게만 이런저런 일을 시켰고, 영희씨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속상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깜깜한 밤이면 집을 나오곤 했습니다. 누군가는 나를 찾으러 오겠지,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밖에서 한참 울다가 지치고 무서워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아침에 야단맞기 일쑤였지요. 그렇더라도 화가 나면 집을 나오고 보는 영희씨의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날로 들어갈 때도 있지만, 친구 집에서 며칠씩 자는 일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집을 나오면 답답함이 덜했으니까요. 오래 집에 안 들어가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는 이렇게 자신이 속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줄지도 모르는 일이었고요.

일반 긴장이론을 내세운 로버트 애그뉴는 “일상생활에서 기대만큼 목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학업 스트레스, 부모 및 또래와의 불화 등의 부정적 자극으로 인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면 이를 해소할 방안의 하나로 가출을 선택한다”고 보았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가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불안정한 정신 건강과 일탈 경험 등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정신 건강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부모의 양육 태도, 가족의 갈등, 주변의 무시, 우울 불안 등이 있지요.

영희씨의 경우 빈번한 가출에도 가족의 반응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 돌봄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무척 외롭고 소외된 감정을 느낍니다. 이러한 감정은 전 생애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느끼며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을 무가치하게 여기게 됩니다. 자연히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관계를 회피하기도 합니다.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낮아져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더 노출시키기도 하고요. 그런데 억울하고 화가 나서 집을 나간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결된 것이 있나요? 순간적으로 마음의 평안은 얻을지언정 본질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제 영희씨는 성인입니다. 자기뿐만 아니라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지요.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행동 패턴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부분은 다음 주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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