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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기쁨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21)자유의 교육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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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하면 많은 경우 의무와 순종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신앙은 자유와는 무관한 것, 혹은 자유와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구원받기 위해 교회에서 가르치는 교리를 믿고 계명을 지켜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 단순히 의무감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을 바라실까? 의무로 성당에 나오지만, 전혀 기쁘지 않은 얼굴로 오는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실까?

교회는 신앙이 지성과 의지의 순종이며, 자유롭고 자발적인 응답이라고 가르친다. 무엇에 대한 응답인가? 하느님 자녀로 사는 삶으로의 초대에 대한 응답이다. 그 삶이란 고역과 짐이 아닌 기쁨과 환희의 삶, 하느님 자녀로서 누리는 진정 자유로운 삶이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 참조)에 나오는 큰아들은 동생이 돌아왔을 때 화가 난 나머지 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을 아버지 곁에서 ‘종처럼’ 일하였다. 그는 방탕한 생활을 하고 돌아온 동생을 용납할 수 없었고, 그 동생을 맞아주신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아버지 곁에서 열심히 일하였지만, 그의 마음은 자유롭지 않았고, 돌아온 동생을 보고 기뻐할 만큼 너그럽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도 아버지 말씀에 순종하며 열심히 성당에 다니고 계명을 지키며 살았지만, 실은 옹졸하고 고집스러우며 너그럽지 못한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루카 15,31)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셨는데, 우리는 아버지 곁에 머물며 정말로 모든 것을 받아 누리는 자녀로서 기쁘게 즐겁게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신앙을 막연하게 의무요 순종으로만 여겨왔기 때문에 자유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예수님을 바라보자. 예수님께서는 자유로운 사람이셨다. 또한 당신께 오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녀로 기쁘고 즐겁게 사는 자유로운 삶의 길을 알려주셨다.

여기서 자유가 하고 싶은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자. 그것은 자유가 아닌 찰나의 욕망에 따르는 유아기적 삶이다. 신앙이 하느님과 맺는 인격적인 관계이기에, 자유란 상대방의 사랑에 기꺼운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응답하는 자세를 말한다. 자유란 자발성, 기꺼움과 상통한다. 하느님께서는 억지로 혹은 의무감으로 신앙하는 사람이 아닌, 자발적으로 그리고 기꺼운 마음으로 당신 사랑에 응답하는 자녀를 바라신다.

그러나 그 자유란 완성형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긴 시간에 거쳐 체득되고 완성되는 것임도 분명하다. 창조된 만물, 당신 아드님 그리고 교회(사도신경 참조)를 통해 끊임없이 나를 향해 거저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과 자유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 삶 안에서 계속해서 성장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신앙과 삶을 통해 하느님을 더 잘 알고, 그분과 더 깊은 인격적 관계를 맺을수록, 나는 더 자유롭게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자유를 찾지 않으면, 나는 늘 누군가, 무언가의 노예로 살기 마련이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나는 정말 자유로운가? 나는 자유를 찾고 염원하고 있는가?

하느님께서는 인생이라는 여정과 다양한 시험대를 통해 당신 자녀를 훈육하시고 양육하시며, 자유와 사랑을 경험하도록 배려하신다. 당신 아드님을 통해 드러난 당신의 사랑을 우리가 깊이 체험하고 변화하도록 말이다. 우리는 지금 그토록 위대한 신앙의 길을 찾고 걷도록 초대받고 있는 것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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