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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과 갈등의 시간 거쳐 다져지는 신앙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23)자유의 교육학 (3)한계 지어진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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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유로운 존재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는 한계 지어진 자유이기도 하다. 나 말고 다른 자유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자유는 크게 제약받는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인간은 살면서 자기의 자유를 제약하는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인간의 타고난 조건이 원래부터 그렇기에, 한 인간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는 자유의 한계를 얼마나 수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부모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때, 아이가 인격적으로 올바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혹은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아이는 모든 것을 자기 멋대로 해서는 안 되고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우며 성장하게 된다.

성경은 이 진리를 원조들의 타락 이야기를 통해 전해준다.(창세 2,4-3,24 참조)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셨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도 그어 주셨다. 곧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인간의 타고난 조건이며, 인간 자유의 타고난 한계성이다. 그것을 잊는 순간 파멸에 이를 것이며, 그것을 잊지 않고 지킬 때 진정한 인간다운 자유를 누릴 것이다.

이는 인간의 자유가 양육과 돌봄을 필요로 함을 의미한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삶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부모로부터, 그리고 다양한 환경에서 대인관계를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신앙도 이와 비슷하다. 세례성사를 통해 죄와 악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존재로 새로 태어나지만, 그 자유란 아직 여려서 바람 앞의 등불처럼 꺼지기 쉽다. 자기 삶을 스스로 영위하기 위해 긴 양육과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듯, 부모의(교회의) 신앙을 자신의 것으로 삼고 스스로 신앙을 살기까지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며, 긴 단련의 시간이 요구된다.

이는 자녀의 신앙교육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어느 날 자녀가 신앙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할 때, 그것을 자유의 문제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자녀가 자신이 받은 유아세례에 불만을 터뜨리며 왜 자신을 천주교 신자로 만들어서 종교의 자유를 빼앗았느냐고 따질 때, 이제 성당에 나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 먼저 이러한 태도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의 사춘기가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꼭 필요하듯, 아이가 신앙을 자기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반항과 갈등의 시간을 당연히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자유가 한계 지어져 있음을 서로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기 삶을 살기 위해 20년을(혹은 그 이상을!) 준비하는 것처럼, 신앙의 이치와 그 안에 담긴 뜻을 깨닫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억지로 할 수는 없으며, 자녀가 스스로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다려주는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자녀가 수긍하지 않더라도, 하느님과 교회에 신뢰를 두고 인내심을 갖고 서로 대화하고 신뢰하며 계속해서 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신앙의 사춘기를 딛고 조금씩 성장하며 자기 스스로 신앙을 선택하는 자녀를 발견할 때가 올 것이다.

그렇다고 거름을 주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자녀의 신앙과 자유가 성장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거름은 바로 신뢰를 쌓는 일이다.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부모님과 자기 자신을 향한 신뢰를 쌓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성령께서 자녀의 신앙 여정 안에 활동하시는 데 가장 중요한 협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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