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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나고 자라고 이어지는 ‘가정’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27)생명 전달의 장소인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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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금쪽같은 신앙을 돌보고 자녀에게 전달하는 장소로서 가정은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한 성스러운 곳이다. 가정이야말로 육적인 생명만이 아닌 영원한 생명이 탄생하고 양육되며 전달되는 신비로운 장소이기 때문이다.

보편 교회는 제14차 세계주교시노드의 주제로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을 택하였고, 전 세계 교회에 위기에 빠진 가정과 혼인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우고자 하였다. 주교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이 반포되었고, 2021년에는 반포 5주년을 맞아 ‘사랑의 기쁨인 가정의 해’를 보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와 교회 안의 가정 위기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교회 내에서도 가정 사목에 대한 관심은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 권고에서 혼인과 가정에 접근하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셨다. 곧 가정과 혼인에 관한 이상적인 가르침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 가정과 혼인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출발하는 방법이다. 성경에 나오는 성가정에 대한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사실 나자렛 성가정은 위기 가정이었다.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한 사실이 드러나자 남편 요셉은 파혼하기로 작정하기까지 하였다.(마태 1,18-19 참조) 파라오의 위협을 피해 이집트로 도망까지 갔으며, 늘 위험과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보편 교회가 그러한 성가정에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는, 삶에서 닥쳐오는 도전이나 위기를 피하지 않고 신앙 안에서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성가정은 위기와 시련 속에서도 기도하는 가정이었으며, 늘 하느님 뜻을 찾으며 그분의 크신 계획에 자신을 맡기는 순례하는 가정이었던 것이다.

교회 역사를 볼 때 가정은 기도하는 곳, 전례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초대 교회부터 가정을 중심으로 신자들이 모임을 가졌다. 또한 가정의 중요성은 쉼 없이 강조되었다. 그것은 가정이 신앙 돌봄과 전수를 위한 최적화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박해를 피해 교우촌을 이루며 살던 시절, 가정은 신자들 모임의 장소였으며, 신앙 전수의 장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가정은 단순히 장소의 의미를 넘어 교회적 차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정은 작은 교회로서 신앙의 전수가 이뤄지고 선교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가정 없이 교회는 존재할 수 없다. 교회는 가정을, 가정은 교회를 서로 필요로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앞의 문헌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가정의 또 다른 특성, 곧 ‘생명 전달의 자리’(「사랑의 기쁨」 80~85항)로서의 가정에 대해 강조하신다. 곧 가정이 생명이 잉태되고 태어나 보호받으며 신앙을 통해 완숙에 이르는 자리이며, 하느님 사랑의 도구요 창조와 구원 사업에서 중요한 주체라는 말씀이다.

한 생명이 탄생해 인격적 주체로 성장하며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까지의 전 과정은 놀랍고 신비롭다. 인간 스스로 해내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오직 하느님께서 인간을 통해 하시는 일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가정은 ‘나’라는 인간이 태어나 삶을 시작하고 성장한 곳, 나약한 생명을 돌보고 양육시켜 자라게 한 곳, 그 생명이 떠나 새로운 생명을 위해 새로운 가정을 만들도록 한 곳이다.

가정은 그처럼 생명이 전달되며 하느님 창조 및 구원 사업이 실현되는 놀랍고 성스러운 곳이다. 그러한 놀라운 일이 가정에서 일어나기에, 가정은 거룩한 곳이며, 그 거룩함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교회와 가정에 맡겨진 사명일 것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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