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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그들도 "우리 이웃"

김은영 수녀(춘천교구 솔모루이주사목센터 선한다문화가정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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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활동하는 경기도 포천시는 전체 인구 중 이주민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주민들이 공장일을 쉬는 토요일 오후와 주일에 거리를 나가면 한국 사람들보다 외국인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을 정도다.

 얼마 전 거리를 걷다가 `언제부터 이주민이 이렇게 많아졌지?`하고 새삼 놀라기도 했다. 아랍 전통 의상을 입고 다니는 이주민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이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이주민들이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시민들에게 "이주민들과 접해 본 적이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없다"고 대답한다. 이주민들에 대해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며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다.

 차를 운전하다가 길을 물으려고 창을 내렸는데 검은 피부를 가진 동남아 남성이 보이자 얼른 다시 창문을 올렸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몇 달 전 조선족 남자가 한국인 여성을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이주민들에게 더 많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결혼이민여성이 가출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선한다문화가정지원센터를 찾아와 함께 공부했던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가출한 여성에 관한 진술을 받아간 적이 있었다. 경찰은 "가출한 이주여성이 살인을 저지른 조선족 남자처럼 범죄를 저지를 것을 우려해 조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비이성적 두려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모르면 두려움이 더 커지기 마련이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들을 단지 값싼 노동력으로만 여긴다면 이런 두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그들 일터에서 한국인 노동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공휴일에도 일을 하는 이주민들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허락된 휴일은 오로지 주일뿐이다. 그래서 예수성탄대축일이 주일이 아닐 때는 성탄대축일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이주민들이 많다. 불교를 믿는 이주민들 역시 부처님 오신 날이 일요일이 아니면 절에 갈 수 없다.

 이주민들을 단지 `노동력`이 아닌 우리와 같은 권리를 가진 이웃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도 종교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열린 마음으로 이주민들을 바라보며 그들과 자주 접하게 되면 그들의 순박한 눈빛과 해맑은 웃음이 눈에 보이게 된다. 마음을 열면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주님 안에 우리는 모두 한 자녀라는 교회 가르침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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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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