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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수화를 통한 소통의 기쁨

백준식 수사 (베네딕토, 살레시오청소년센터장,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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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가 어렵던 때였다. 아이들은 하나둘 늘어가고 집은 부족했다. 원장 신부님은 집을 얻을 계약금 정도만 생기면, 아이들이 살 집을 계약했다. 그러고 나서는 막무가내로 "아이들이 살 집이니까 도움이신 성모님께서 나머지는 채워 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그런데 중도금을 치르는 날짜가 다가오면, 언제나 기적처럼 은인이 나타나서 도움을 받곤 했다. 그렇게 늘어난 집이 12곳으로 불어났고, 우리 나눔의 집은 꿈 많은 아이들로 넘쳐났다. 늘 성모님은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을 도와줄 은인도 보내주셨다.

 전국에서 모여든 아이들은 다양한 탈렌트로 기쁨을 나눴다. 그 중 준호(가명)는 부모가 청각장애인이었기에 어려서부터 수화를 해야 했다. 집에서 필요한 말만 부모와 수화로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준호는 기초학습과 언어능력이 많이 부족했다. 이를 우려한 지역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준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집에 왔다. 맞벌이하는 부모를 대신해 집안 청소나 전화받기 등 몇 가지 일을 해야 했던 준호는 초등학생답지 않게 어른스러웠다. 그런 준호는 친구와 형으로 북적대는 우리집을 무척 좋아했다. 또래 아이들과 떠들고 노는 가운데 준호는 어른티를 조금씩 벗어나면서 맑고 곱고 천진한 아이 모습을 보여줬다.

 여름방학이 돼 준호가 집으로 가면서 문제가 빚어졌다. 가족 간 유대와 학업 후 원래 가족으로의 복귀를 위해 방학 때면 일정기간 집에 가서 지내다 오는 프로그램으로 집에 다니러 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온 준호의 몸에 멍이 많이 들어 있었고 얼굴도 맞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유는 수화 때문이었다. 집에 돌아간 준호는 한 학기 동안 수화를 사용하지 않아 많이 잊어버렸던 것이다. 오랜 만에 만난 아들이 빨리 말을 듣지 않자 부모는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여겨 준호를 때렸던 것이다. 아빠 엄마는 성격이 급했고, 아이 지도는 엄했으며, 아이가 빨리 말을 듣지 않으면 쉽게 손이 올라가곤 했다. 엄마 아빠는 착했던 준호가 나눔의 집에 와서 말 안 듣는 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부모의 오해를 씻고 부모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준호에게 수화를 가르쳐 주기로 했다. 우리는 준호가 알고 있는 수화를 잊지 않게 하려고 자주 수화를 시켰다. 이로 인해 준호는 부모를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고 존경하게 됐으며, 수화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우리도 수화를 배우는 기회를 갖게 됐고, 수화를 통해 소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통해 도움이신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얻었고 기도하는 수도자가 되는 기쁨도 안았다.

 청소년들의 영혼을 구원하고자 모든 것을 바친 돈 보스코 성인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것을 다 가져가고 나에게 영혼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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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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