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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예수님이 보내신 수품 기념일 선물

이정철 신부 (수원교구 단내성가정성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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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어느 백화점 정원에서 특이한 나무를 봤다. 높이 20m가 넘는 그 나무는 잎이 크고 넓어 이국적 풍경을 자아냈다. 나무 밑에는 벤치 몇 개가 놓여 있었는데, 여유 있게 책을 보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모습 참 평화로워 보였다.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저 나무는 이름이 뭘까 궁금했다. 백화점 관리팀으로 문의를 해보니 후박나무란다. 집으로 돌아와 후박나무를 검색해 보니 내가 본 나무가 아니었다. 한참을 뒤진 끝에 비슷한 나무를 찾아냈다. `일본목련`이었다. 후박나무와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종류가 달랐다.

 그런데 그 일본목련을 성지 앞 마을 입구 골목에서 발견했다. 백화점에서 봤던 나무에 비해 작았지만 그래도 족히 10m는 넘어 보였다. 역시 백화점에서 본 것처럼 이국적이고 멋진 자태였다. 앞마을을 지날 때마다 그 나무를 바라보며 성지 앞마당에 이국적인 분위기의 일본목련이 서 있는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로 확장 공사가 그 나무가 있는 곳까지 진척됐다. 크고 탐스러운 나무가 조만간 잘려나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래서 나무 주인에게 연락해 혹시 그 나무를 우리가 가져가도 괜찮은지 물었다. 주인은 흔쾌히 "거기에 있는 나무 다 가져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곳에는 일본목련 다섯 그루를 비롯해 메타세쿼이아 두 그루, 단풍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평소 심고 싶었던 나무는 다 있었다. 한마디로 횡재한 것이다. 서둘러 나무 이식을 추진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커다란 크레인이 성지 하늘을 휘휘 저으며 나무를 옮겨 심었다. 그런데 일본목련 한 그루는 뿌리 쪽에 전기선이 지나는 바람에 옮기지 못했다.

 장정처럼 큰 나무를 성지 마당으로 옮겨놓으니 거대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려는 듯 웅장함을 자아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성지 마당이 아니라 거대한 숲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게다가 이국적 나무가 내는 분위기는 동화 속 한 장소에 있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그나저나 이번 일은 참으로 신기했다. 베일 위기에 처한 나무를 발견한 것부터 성지 마당으로 옮겨심기까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는 것도 그렇고, 눈여겨보며 늘 저런 나무를 심어야지 했는데 `저런 나무`가 아닌 바로 `그 나무`가 오게 된 것도, 게다가 나무를 심은 날이 내 수품 기념일이라는 것도 신기했다.

 더 신기한 것은 전깃줄 때문에 나무 한 그루를 캐내지 못해서 여덟 그루를 옮겨 왔는데 올해가 사제수품 8주년이라는 것이다. 혹시 예수님께서 주신 수품 기념 선물? 대박! 사랑해요.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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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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