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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천천히 느리게 여유있게

이정철 신부 (수원교구 단내성가정성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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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시기 동안 성지 미사 후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다. 그날도 미사 후 와룡산 숲 속에 있는 십자가의 길 14처로 먼저 올라가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신부님 이제 시작하시죠"라고 했다. 아직도 산 밑에서는 신자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말이다.

 "바쁘신가요?" 하고 물었다. 바쁘면 먼저 가시라고 하려는데 안 바쁘다고 했다. 바쁘지 않은데 왜 서두를까? 그것은 아마도 시간에 쫓겨 살아왔던 급한 마음이 우리 안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자들에게 "강론은 몇 분 정도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10분"이라고 대답한다. 하기야 나도 신학생 때 "강론이 10분을 넘으면 악마의 소리이고, 10분은 강론이며, 10분보다 짧으면 천상의 소리"라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었다.

 "평일미사는 몇 분 안에 끝나야 하느냐"고 물으면 "35분에서 40분"이라고 답한다. 주일미사는 한 시간, 대축일미사는 한 시간 반이라고 대답한다. 그 외에도 묵주기도는 20분, 십자가의 길은 35분이라고 답하는 이도 있다. 사람 머릿속에는 `평균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 시간보다 늦게 끝나면 길어졌다고 말하고 일찍 끝나면 짧았다고 말한다.

 우리 인생은 어찌 보면 시간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 4월 14일 오후 4시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가? 아마도 특별한 일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그날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첫사랑은 언제 했는지 기억하는가?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어렴풋하게나마 언제 어떻게 만났는지 기억할 것이다. 인생은 시간의 연속이 아니라 의미의 연속이다.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의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사 10분 일찍 끝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십자가의 길 5분 일찍 끝났다고 해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그 미사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그 의미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 우리 인생이 시간으로 가득 찬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시간의 나열이 아니라 의미의 나열이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을 할 때 시간에 연연하지 말자. 물론 세상 속에서도 그러면 참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신앙적인 것에서는 시간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천천히 느리게 여유 있게 신앙생활을 해보자. 하느님 나라는 시간이 없는 영원한 곳이기에 지금부터 하느님 나라를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천천히 느리게 여유 있게- 내 안에 머물러라"(요한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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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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