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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멍멍이의 독신 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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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적하지 않아?"

 성지로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 동기 신부들에게 자주 듣던 소리였다. 혼자 사는 신부로서 적적한 거야 도시 본당에 있을 때도 당연히 느끼던 것이었지만 시골에 있어서 내가 더 적적해 보였나 보다. 그런 이유로 "성지에 개 한 마리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여기저기에서 강아지를 분양해 주겠다는 사람이 많았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근처 본당 동기 신부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가 키우는 개가 골든 리트리버인데 두 달 전에 새끼를 낳았단다. "한 마리 줄 테니 키워볼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연락을 받고 보니 데리고 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졌다.

 조금 있다가 문자 메시지로 사진 하나를 보내왔다. 꺼벙해 보일 정도로 순해 보이는 강아지 사진이었다. 무척 귀여웠다. 당장 그 강아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 밤중에 차를 타고 가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밤에 갑자기 데리고 온지라 첫날밤은 거실에서 재웠다.

 다음 날 아침에 보니 거실 바닥에 변을 한 보따리 싸 놓았다. 두 달 된 강아지라곤 하지만 작은 애완용 개의 다 자란 크기니 그 양이 엄청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결국 바로 마당으로 퇴출당했다.

 그나저나 이름은 뭐로 지을까 고민했다. 방에서 키우던 하얀색 터키쉬 앙고라 고양이가 있었는데 이름이 `야옹이`다.`아! 그러면 강아지 이름은 멍멍이로 해야지!`

 야옹이는 데리고 온 지 얼마 안 돼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암컷이었는데 발정이 나면 아기 우는 소리를 낸다고 해서 수술을 한 것이었다. 멍멍이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발정이 나면 집을 나가 동네 암컷 개들을 쫓아다니다 임신을 시킨단다. 그래서 근처 마을에 있는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갔다. 간호사가 이름을 물었다.

 "멍멍이 이름이 뭐예요?"

 "멍멍이요."

 "멍멍이 이름이 뭐냐고요."

 "멍멍이요."

 간호사와 실랑이 끝에 멍멍이 이름을 알려주고 중성화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이 끝나고 나오는 멍멍이 목에 이상한 깔때기가 씌워져 있었다. 꼭 말을 할 것만 같은 외계인처럼 보였다.

 `그래 이제부터 멍멍이 너도 혼자 살아야 하는 거야. 혼자 사는 것도 나름 즐겁고 행복하단다. 우리 행복하게 이 삶을 살아가자!` 그렇게 우리 성지 식구는 자의든 타의든 모두 독신 서약을 하게 됐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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