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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교회의 길

황영화 신부(안동교구 춘양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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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이라도 짊어질 듯, 교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건만 요즘은 낙엽을 떨구어낸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게 버티고만 있는 삶 같다. 그러나 이대로 두시지는 않는가 보다. 며칠 전 추수 감사미사가 있었다. 친환경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신자 농가에 도시 한 본당의 소비자 단체가 방문해 드리는 미사였다.

 이 일을 시작하신 도시 본당 신부님의 지향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도시와 시골이 먹거리로 연결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교회가 앞장설 때 더욱 끈끈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지원해 주고 있다. 그 현장으로 가서 식사했고, 얼마 전 새로 오신 본당 신부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 신부님과는 처음 만남이라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없기도 했지만, 도농 활동에 관심이 있어 맡게 되신 것인지, 인사발령이 그렇게 난 것인지 살짝 궁금해서 "신부님께서는 이런 일에 관심이 많으신가요?"라고 물었더니,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요"라고 하신다.

 도시와 시골을 연결하는 일은 사제 개인의 관심과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일이라는 것이다.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사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가?

 교회인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사회복지를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고, 안락사 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생명의 귀중함을 깨닫도록 노력해야 하고, 아프리카에서 먹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도움이 돼야 하고, 성전을 건립해서 복음을 전파하는 주춧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훌륭히 그 일을 해나가고 있고, 이러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참여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면서 또한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이들에 대한 예수님의 시선은 어떨 것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길거리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이들, 송전탑 아래 차가운 바닥에 누워 계시는 할머니들, 거짓이 참이 돼버린 듯한 현실에서 외롭게 정의를 외치는 이들을 예수님은 어떻게 보고 계실까? 예수님은 지지받고 환대받는 곳에서 `외딴 곳`을 찾아 다니셨던 분이 아니신가?

 신자들의 적당한 지지와 관심 속에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동료 사제에게서 또 한 번 가르침을 받았다.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외딴 곳을 찾아 나서는 일이라는 것. `구유`로 시작하셨고, `십자가`에서 마친 그분의 인생에서 `교회의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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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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