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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별일들이 우리를 이끄는 별일지 모른다

권철호 신부(서울대교구 당고개순교성지준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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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수녀님 말처럼 "살다 보면 별일을 다 겪고 별사람을 다 만나고 별 감정을 다 느끼고 별 생각을 다하고 별꼴을 다 보는 것"이 인생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별일, 별사람, 별생각, 별꼴들이 나를 인도하는 `별`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해 끝자락에 서면 그 별일도 아닌 일들에 속상했던 부끄러움을 넘어 그 별일을 다 겪고 살아온 자신에게 먼저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때로는 사소한 일상에 걸려 넘어지고 때로는 사소한 것들에 마음 상했지만, 사소한 것들 속에 깃든 하느님 뜻을 생각해 볼 수 있어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 한 해도 내 마음 같으려니 했다가 내 마음 같지 않음을 깨닫는 어리석음의 반복이었습니다. 별것도 아닌 것에 상처 입고 끝내 미움의 덫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설렘이나 재미가 아닌 미움이 싹튼 것을 보면 우리 삶이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들이 가고 싶은 곳은 천국일지 모르지만 보고 싶은 곳은 지옥일지 모른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그 모진 마음이 `미리 맛볼 수 있는 천국`을 `미리 맛보는 지옥`으로 바꿔놓았는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함께하지 않으면 허전하고 함께하면 버거운 것이 사람일지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 버거움이 때론 사랑을 완곡한 미움으로 되돌려 놓은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 봅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주한 신앙이 있어 끝내 미움이 증오로 남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신앙이란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알려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 아래, 하느님 창조물인 인간이 위대해 봐야 얼마만큼이고 대단해 봐야 또 얼마만큼이겠습니까? 하지만 우리 신앙은 인간이 위대한 존재는 아닐지라도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만큼은 늘 되새김질시켜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기꺼이 지상으로 내려보내실 정도로, 끝내 예수님을 희생재물이 되게 하셨을 정도로 말입니다. 당신 거룩함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드러내신 하느님으로 인해 인간은 대단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았고 그 거룩함을 감히 우러러뵐 수 있게 됐습니다.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여가는 것이라는 말처럼 새해는 오늘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삶이었으면 합니다. "살다 보면 별일을 다 겪고 별사람을 다 만나고 별 감정을 다 느끼고 별생각을 다 하고 별꼴을 다 보는 것"이 인생일지라도 그 별일이 하느님과 함께 하는 한 우리를 인도하는 `별`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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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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