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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백수의 또다른 행복

강창원 신부(대전교구 교정사목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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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신종플루라는 전염병이 유행했을 때 교도소가 임시방학을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백수’로 지내게 됐습니다. 매주 만나던 형제ㆍ자매들을 갑자기 보지 못하게 되니 안타까웠습니다.

교도소 담 안에 있는 형제ㆍ자매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잠깐 얼굴을 보지 못해도 이렇게 그리운데, 긴 시간 동안 보고 싶은 이들을 만날 수 없는 그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저려왔습니다.

어쩌다 보니 백수가 됐지만, 마냥 쉬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임시방학 동안 출소 후 새 삶을 사는 형제ㆍ자매들을 부지런히 만났습니다. 그들의 새로운 삶을 나눌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형제는 사회복지단체에서 한 달 넘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형제와 6시간 넘게 소주잔을 기울이며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했습니다. 또 다른 형제는 자장면 50그릇을 준비해 소외된 아이들에게 먹였다고 했습니다. 그 형제는 “저도 어렸을 때 이렇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었다면 결코 죄를 짓지 않았을 텐데…”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형제는 또 장기기증 증명이 찍혀 있는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면서 “제가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며 부끄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들 말고도 많은 형제ㆍ자매들을 만나면서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잘 지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아픔이 그저 절망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행복할 따름이었습니다.

사랑만이 더 큰 행복을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을 잉태해 온 우주를 덮고도 남을 행복을 출산하시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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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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