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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신부님! 대하 처음 먹어봐요!

김기원 신부 (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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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사목담당 신부로 일하면서 신자들에게 "사형수를 만나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수원교구 관할구역 내 6개 교정시설에는 사형수는 없고 무기징역을 사는 수용자들이 몇몇 있습니다.

 젊은 형제들이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린 나이에 어떤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교도소에 들어왔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 젊은이들이 무엇이 선악인지, 또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알고 죄를 지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만 듭니다.

 지난해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 천주교 주관으로 수용자 생일잔치를 열었습니다. 다른 교도소에서는 생일잔치를 연 적이 있지만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서는 처음으로 준비한 생일잔치이기에 교도관들도 관심이 많았고, 봉사자들도 생일잔치 준비에 신경을 꽤 썼습니다.

 그래서 다른 교도소 생일잔치 때는 볼 수 없었던 대하(大蝦)가 생일상에 올라왔습니다. 잔치를 두 달에 한 번 열기에 생일을 맞은 형제들이 꽤 많이 왔습니다. 미사 때 음악봉사를 하는 수용자들을 불러 축하음악까지 연주하며 흥겹게 생일잔치를 진행했습니다.

 생일을 맞은 수용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들과 함께 축하노래도 부르며 생일잔치를 나름 잘 끝냈습니다. 미역국, 떡, 돼지고기 수육 등 많은 음식을 준비했는데 그 중 대하가 가장 인기가 많았습니다.

 잔치를 마치고 정리를 하다 보니 대하가 몇 마리 남아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수용자들에게 마저 먹으라고 권했더니 한 무기수 형제가 "태어나서 대하를 처음 먹어본다"며 무척 잘 먹었습니다.

 그 무기수 형제 말을 들으며 6년 전 제가 오리고기를 사 줬던 출소자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그때 그 형제도 오리고기를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며 무척 맛있게 먹었습니다.

 대하나 오리고기가 흔한 음식은 아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먹고 싶으면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아온 수용자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면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바르게 성장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됩니다.

 생일잔치를 여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제대로 된 생일잔치 한 번 가져보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준비한 이 소박한 생일잔치가 수용자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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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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