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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신부님, 용서가 안 돼요!

김기원 신부(수원교구 교정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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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수용자들과 상담을 하며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습니다. 자살 위험이 있는 수용자나 신자 수용자를 주로 상담하는데, 얼마 전 상담한 형제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들어온 신자였습니다.

 살인 피해자는 자신에게 사기를 쳐 200억 원 가량 피해를 준 사람이었습니다. 죄를 저지른 형제는 피해자를 찾아가 대화를 하던 중 분을 참지 못하고 그만 살인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죽인 이를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고, 용서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살인을 할 마음은 아니었는데 피해자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나도 피해자"라고만 했다고 합니다.

 그는 살인자가 돼 감옥에서 생활하면서 삶의 의욕마저 잃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먼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그 형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형제에게 용서에 대해 말해줬습니다.

 피해자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두 사람의 삶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한 사람은 살인자가 됐고 또 한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형제를 위해 기도하던 중 예전에 상담했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 형제가 떠올랐습니다. 그 형제도 역시 용서를 하지 못하고 가해자를 찾아가 보복을 했습니다. 살인 미수죄로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나쁜 놈을 응징했다"고 말하던 형제였습니다. 교정사목을 하면서 용서하지 못하고 사는 형제들을 자주 만납니다.

 자신이 모든 걸 뒤집어쓰고 들어왔는데 옥바라지를 소홀히 한다고 서운해 하는 형제도 있었고,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며 고소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형제도 있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한 형제도 있었고, 자신을 교도소에 들어오게 만든 장물아비를 증오하며 사는 형제도 만나봤습니다. 반대로 용서를 청하지만 피해자가 받아주지 않아 괴로워하는 형제들도 있습니다.

 교정사목을 하면서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용서를 했다면 수용자들이 죄를 짓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진정한 용서는 참으로 힘듭니다. 저도 용서하지 못하고, 아직 미워하고 있는 형제들이 있지 않나 반성해 봅니다. 그리고 주님께 온전한 용서의 은총을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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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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