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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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걸으면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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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사회학자인 모리 박사. 그가 걸어가며 무언가 중얼중얼 하자 제자가 묻습니다. “교수님은 걸어가시면서도 연구를 하십니까?” 그러자 모리박사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니야. 난 지금 조금 전 내 기분을 상하게 한 녀석 욕을 하는 중이야~”

모리 박사는 화가 나는데 사람들 앞에서 화를 낼 수는 없고 참자니 힘들고 할 때 걸으면서 속을 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작은 소리로 구시렁거리는 것인데 그렇게만 해도 속이 풀린다고 합니다.

걸으면서 욕하는 것이 일종의 분노 해소 심리 치료법이란 것을 그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설마 그게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날 밤에 동네를 걸으면서 실행을 해봤습니다. 대박! 효과 만점입니다. 한 30분을 걸으면서 풀었더니 속이 편안해지더군요. 그 후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참거나 삭이지 않고 걸어가면서 구시렁거리며 풉니다. 어떤 때에는 영어회화도 할 겸 영어로 풀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강의 중에 했더니 “어떻게 신부님이 그런 세속적인 방법을 가르치느냐?”고 항의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자기는 어린 시절 반듯한 집안에서 자라 입에 욕을 담아본 적이 없다면서요. 그분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 자매님은 그렇게 반듯하게 사시라고, 그런데 자매님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욕을 입에 담지 않고 사는 분들은 욕을 마음 안에 품고 삽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분들은 신경증적 부작용이 적지 않습니다.

우선 얼굴 근육이 굳은 분들이 많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억누르고 사는 분들은 대개 자기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기 위해 ‘포커페이스’를 하는데, 그러다보면 얼굴 근육이 굳어버려 늘 굳은 표정으로 다니게 됩니다.

또 눈에 살기가 있습니다. 사람의 감정은 에너지라 어디론가 발산되려고 하는데, 눈이 탈출구입니다. 눈은 마음의 상징이라고 하듯 마음 안에 분노를 키우는 분들의 눈에선 살기가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웃을 때, 입은 웃는데 눈은 웃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풀고 살아야 사람다운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 것입니다.

어떤 신부가 이 방법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데 동네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얼굴을 다 아는지라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멀리가자니 피곤한 일이고요. 고민하다 아침에 성당에서 했다고 합니다.

긴 복도를 걸으며 손에 묵주를 들고 구시렁구시렁 속풀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할머니 신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아침마다 기도하시더니 성령을 받으셔서 드디어 방언이 터졌다고요. 그 신부는 지금도 자기만의 속풀이를 비밀로 하고 성령 받은 신부 행세를 한다고 합니다.

풀어야 산다! 심리치료의 기본원리입니다. 풀지 못하면 쌓이고 쌓이면 병이 생기는 것이 사람입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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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6-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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