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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10)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에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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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나이에 맞는 정신을 갖지 못한 자는 자신의 나이에 겪는 온갖 재난을 당한다”는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1694-1778)의 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를 먹고,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현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며칠 전 한 유명 시인과 이야기를 하는데 “젊은 시절엔 이성(理性)과 싸우지만 나이가 늙고 노쇠해지면 자신의 몸(자신)과 싸운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 이 변화를 잘 이해하고 적응하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은 가치판단은 주어진 상황에서 적절하고 소중한지, 혹은 꼭 필요한 것인지 등을 감정반응이나 자신이 학습한 원칙적 사고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는 선한 행동의 기준을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지, 이기심의 발로인지, 보상을 바라고 하는 행동인지로 구별했다.

사실 사려 깊은 사람은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자신을 바르게 볼 줄 알고 남을 쉽게 판단하거나 단죄하지 않는다. 융은 정의(正義)만 외치고 선(善)만을 유독 고집하는 사람은 정작 선악의 경계나 인간의 한계를 진지하게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융은 자신이 선과 악을 초월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인류 최악의 고문자라고 혹평했다.

그러니 생각 없이 사는 것도 큰 잘못이요, 죄다. 에사우가 허기를 때우는 대가로 생각 없이 장자권을 팔아넘긴 행위는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사람의 전형을 보여준다. 에사우는 장자권의 중요성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의 가치를 모르고 행동하면 인생에서 많은 실패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세상의 그 어느 것도 하찮지 않고 가치가 없지 않다. 다만 사람들이 하찮고 무가치하다고 잘못 판단할 뿐이다. 에사우는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과 이미 장자의 지위를 갖고 태어난 점, 건강하고 씩씩하고 거침이 없는 자세 등 인생의 달콤한 면만을 맛보며 살았을지 모르겠다. 그는 능력이 있었고 큰 변수가 없는 한 장자권을 누리는 위치에 있었다. 오늘날로 이야기하면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것이다. 부족함도 없었고 걸림돌도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너무 자신만만하게 방심하여 쉽게 결정을 내리고,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가장 가까운 데에 자신을 노리는 복병이 숨어있었다. 어머니 레베카는 이사악의 장자권 축복을 동생 야곱이 받게 했다. 나중에 모든 사실을 안 에사우는 길길이 뛰고 분통을 터뜨리며 아우를 죽이려 했다. 그러나 이미 계약서(?)에 인감도장이 찍힌 형세였다. 농담처럼 생각했던 에사우의 생각은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뜻밖의 결과는 에사우의 어리석음에 원인이 있었다. 에사우는 순식간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고 자신이 누리던 지위를 잃었다. 우리도 쉽게 흥분하여 냉정한 판단이나 신중한 행동을 못 해 실수나 낭패를 본 적은 없는지 곰곰이 살펴볼 일이다.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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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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