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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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에돔은 심판 받고 이스라엘은 구원 받으리라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62) 오바드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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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드야서는 21절로 이뤄진 구약 성경에서 가장 짧은 책으로 에돔의 멸망과 이스라엘의 구원을 예언하고 있다. 멜로초 다 포를리, ‘오바드야 예언자’, 1477, 프레스코, 산타 카사 바실리카(성모 마리아의 집 대성전), 로레토, 이탈리아.


구약 성경의 예언자들은 바빌론 유배 이전과 이후 예언자로 구분됩니다. 유배 이전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만을 섬기고, 주님 뜻에 따라 충실히 율법을 지키고 살아가라 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을 거스르고 우상을 섬긴 죄 때문에 주님의 심판이 다가왔다며 회개를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북 왕국 이스라엘과 남 왕국 유다는 이들 예언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스라엘과 유다는 아시리아와 신바빌로니아 왕국에 의해 멸망하고, 유다인들은 바빌론으로 끌려가 50년간 유배지에서 포로생활을 합니다. 바빌론 유배 이후 등장한 예언자들은 유다인에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시어 당신 백성을 용서해주시고 계약 관계를 회복해 이스라엘을 재건할 것이라고 격려합니다. 아울러 이들은 이스라엘의 현세적 재건을 넘어 모든 민족의 종말론적 심판과 구원을 예언합니다.

구약 성경의 예언자 가운데 남 왕국 유다가 멸망할 때 이스라엘 민족을 배신하고 갖은 나쁜 짓을 한 ‘에돔’의 심판을 선언한 예언자가 있습니다. 바로 ‘오바드야’입니다. 히브리어 오바드야는 우리말로 ‘야훼의 종’이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과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히브리어 ‘오바드야’를 음차해 ‘Οβδιου’(옵디우), ‘Abdias’(압디아스)로 표기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오바드야서’라 표기합니다.

오바드야 예언자에 대해 알려진 것은 이름뿐입니다. 다만 오바드야서 내용을 근거로 그가 유다 출신이며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유다인들이 포로로 바빌론으로 끌려가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일 때 유배지에서 주님의 환시를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환시를 통해 당신 날의 도래를 선포하시고, 당신께서 민족들의 주님으로서 역사 속에 개입하시어 통치하신다는 사실을 드러내십니다. 특히 오바드야는 환시에서 예루살렘이 함락당할 때에, 에사우의 후손들인 에돔인들이 야곱의 후손들인 이스라엘인들에게 한 행실을 고발합니다.(10절) 그래서 이 예언서는 예루살렘이 함락된 해인 기원전 587년 조금 이후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바드야서는 21절로 이뤄진 구약 성경에서 가장 짧은 책입니다. 그럼에도 1-14절과 15-21절의 문체와 주제가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오바드야서가 한 예언자의 고유한 기록이 아니라, 다른 예언자들의 기록을 토대로 서로 다른 문학 유형을 융합해 완성한 경전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바드야서 주요 내용은 이스라엘 민족을 침략했던 외세에 내려질 심판, 특히 에돔의 멸망(1-14절)과 이스라엘의 구원(15-21절)을 예언합니다. 오바드야서를 문학 유형에 따라 살펴보면 머리글(1ㄱ절), 환시(1ㄴ-14절), 선언(15-18절), 산문체 해설(19-21절)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에돔의 관계는 창세기 25장 21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사악이 20여 년의 기도 끝에 얻은 쌍둥이 아들 야곱과 에사우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다투던 사이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들이 각각 민족을 이루되, 형이 동생을 섬기게 되리라고 예고하십니다.(창세 25,22-23) 야곱은 형 에사우가 장자로서 받을 축복을 가로채고(창세 27,1-29), 상당 기간 에사우의 원수가 되어 도피생활을 해야 했습니다.(창세 27,41) 결국 야곱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시조가 되었고, 에사우는 에돔 민족의 시조가 됐습니다.

에돔인들은 사해 남동쪽 세일산 부근 산악 지대에 자리 잡아 왕국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민수기 20장 18절에서 에돔 왕은 이스라엘이 자신들 영토를 지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을 목전에 두고도 먼 거리를 우회해야 했습니다. 신명기 23장 8절에는 ‘피를 나눈 에돔을 상종하지 못할 민족으로 여기지 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에돔인 1만 8000명을 죽이고 그곳을 자신의 속국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다 에돔은 남 왕국 유다 여호람 임금 때 독립해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나라가 됐습니다.(2열왕 8,22; 2역대 21,10) 그리고 에돔은 예루살렘이 멸망할 때 유다인의 원수인 바빌로니아 편에 섰습니다. 그들은 네겝과 유다 남쪽 도시 몇 곳을 점령하고 학살과 약탈을 자행했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유다인들을 바빌론에 노예로 팔아넘겨 이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바드야 예언자는 이스라엘을 억압하던 민족들이 하느님 심판을 당연히 받을 것이고, 그중에서도 에돔은 더욱 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에돔이 행한 만큼 갚아주겠다고 선언하십니다.(15ㄴ절) 에돔 지역을 차지했던 나바테아 왕국이 서기 106년 로마 제국에 병합되면서 에돔은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집니다.

오바드야서는 ‘주님의 날에 새로운 이스라엘 곧 주님의 나라가 세워질 것’을 선포합니다. 그러면서 모든 민족에게 주님의 날이 가까웠으니 회개하라고 권고합니다. 주님의 나라가 거룩한 시온산에 실현될 날은 이스라엘에게 구원의 날이지만, 모든 원수에게는 심판과 멸망의 날이 될 것이라 합니다. 그들도 에돔처럼 주님 백성을 억압하고 파괴하는 데 동조하거나 주님의 나라를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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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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