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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진석 추기경 유작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 나왔다

6·25 참전한 군 성직자 카폰 신부70여 년 만 유해 찾아 가족 품으로미국 위치토교구서 시복시성 운동 정 추기경, 신학생 시절 번역본 출간선종 전까지 개정판 출간에 애정 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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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사진은 지프차에 담요를 덮어 만든 임시 제대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카폰 신부, 오른쪽 사진은 「종군 신부 카폰」을 번역한 고 정진석 추기경.

 

 


종군 신부 카폰

아더 톤 지음ㆍ정진석 추기경 옮김 가톨릭출판사



6ㆍ25전쟁 때 평안북도 벽동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한국전쟁의 성자’. 올해 3월 미국인 군종 사제 에밀 카폰(1916~1951) 신부의 유해가 70여 년 만에 확인됐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 매장돼 있던 약 700명의 신원불명 6ㆍ25전쟁 전사자들에 대한 치아 기록과 DNA 대조 등으로 카폰 신부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고 밝힌 것.

당시 병상에 있던 고 정진석 추기경은 카폰 신부의 유해가 수습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신학생 때 번역한 「종군 신부 카폰」의 개정판 출간의 뜻을 내비쳤다. 6ㆍ25전쟁 때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정 추기경에게 카폰 신부는 각별한 존재였다. 정 추기경은 카폰 신부의 삶을 신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다.

정 추기경은 6ㆍ25전쟁 당시, 인천 상륙 끝에 서울을 탈환하는 전날 밤 골방에서 육촌 동생과 숨었는데 동생이 폭탄에 맞아 추기경 앞에서 목숨을 잃었다. ‘왜 하느님이 나를 살리셨을까?’ 이 물음은 추기경이 신학교로 간 큰 동기가 됐다. 과학도에서 사제의 길로 진로를 바꾼 정 추기경은 신학생 시절 「종군 신부 카폰」을 읽게 됐고, 1956년 우리말로 번역해 책으로 냈다.

 

 

 

 
 

 


정 추기경의 뜻으로 개정 출간된 「종군 신부 카폰」에는 전쟁터에서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죽어가는 병사들을 위해 헌신한 카폰 신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군종 신부인 카폰은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인도와 미얀마에서 복무한 연합군 병사들에게 성사를 주며 그들의 믿음을 지켜줬고, 6ㆍ25전쟁 때는 유엔군으로 복무했다. 전투 중에도 매일 기도를 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을 본 병사들은 카폰 신부를 의지하며 신앙을 키워나갔다. 병사들에게 카폰 신부는 사제이자, 전우였다. 그는 지프차에 담요를 덮어 만든 임시 제대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병사들의 마지막 순간에 임종 기도를 바쳤다. 카폰 신부는 마지막까지 부상병을 돌보며 남아있다가 포로가 되었고, 결국 포로수용소에서 삶을 마감했다.

개정판은 시대가 지나 어색한 표현을 수정했고, 카폰 신부가 소속돼 있던 미국 캔자스주 위치토교구에서 보내준 추천사도 실었다. 카폰 신부의 사진도 수록했다. 카폰 신부의 출신 교구인 미국 위치토교구는 카폰 신부의 시복시성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교황청 시성성은 1993년 카폰 신부를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했다. 미국 정부는 2013년 카폰 신부에게 미국 최고 무공 훈장인 ‘명예훈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책 저자는 프란치스코회 소속의 아더 톤 신부로, 1951년부터 켄자스주 위치토교구에서 38년간 사목하며 에밀 카폰 신부의 생애를 소개해왔다.

존 호츠(에밀 카폰 신부 시복시성 주교 대표단) 신부는 추천사에서 “카폰 신부는 군복을 입은 사람들하고만 우정을 나누지 않았다”면서 “두 번의 전쟁을 겪는 동안 신부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회고했다.

“미군 통역관으로 복무하면서 카폰 신부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오시어 군종 신부로 전쟁에 참여하신 에밀 카폰 신부님. 저와 같은 시기, 같은 땅에서 미군 종군 신부로 사목하시다가 하느님 곁으로 가신 그 모습이 어쩌면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들을 대신한 거룩한 죽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개정판 ‘서문’에서)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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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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