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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쇳조각이 작품으로… 시인이 고물에 불어넣은 생명력

고 성찬경 시인의 오브제 전시, 버려진 재료에 순환의 미 탐구... 화성 엄뮤지엄, 9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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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성찬경 시인이 고물을 재료로 조형물을 만들고 있다.



나사, 철사, 쇠파이프, 쇳조각, 통나무조각이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작품명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토바이와 선풍기, 철제 의자 부속품에 철제 옷걸이, 나뭇조각, 알루미늄 병뚜껑이 더해져 사람의 형상을 한 조형물 ‘무제’가 태어났고, 주전자 몸통에 통나무조각을 더하니 ‘아이 두상’이 됐다. 모두 고 성찬경(요한 사도, 1930~2013) 시인의 작품이다.

성찬경 시인이 고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재탄생시킨 조형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기도 화성 엄뮤지엄에서 9월 26일까지 열리는 ‘성찬경: 사물, 아름다움의 구원’ 전이다. 전시에서는 시인의 시와 드로잉, 오브제 작업 등이 소개된다.

시인은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 물건에는 물권이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싼 일상과 그 일상을 대변했던 생명이 다한 사물의 존재 가치를 ‘돋보기 관점’으로 바라보고 폐기의 무가치로부터의 회생과 순환의 미를 탐구하고 이를 일상예술로 구현했다. 버려진 나사, 쇳조각을 비롯한 온갖 고물을 주워 집의 곳곳과 마당에 진열했다. 이는 버려진 물건과 그 물건을 버린 사람, 세상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일종의 행위예술이었다. 그렇게 진열된 물건들은 오브제로서 새 생명을 얻었다.

시인은 1985년 서울 응암동 자택에 현판을 내걸었다. 시인의 물권 사상이 구현된 공간인 ‘응암동 물질고아원’이다. ‘응암동 물질고아원’ 속에서 간과된 사물의 세계를 사유하며 사람, 일상,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때로는 당대의 모순된 사회 비판을, 때로는 낭만적이고 유미적 사색을 통해 시적이며 내러티브적 존재로서 감정의 미학을 입힌 조형 물질로 재탄생시켰다. 시인의 집 대문에 걸린 현판을 보고 실제 고아원으로 오인한 자원봉사자들의 문의가 잇따랐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버려진 물건을 거두는 데 평생을 쏟았던 시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문명의 변곡점에 있는 이 시기, 이번 전시는 끊임없는 소비와 오늘날 자본주의의 소모적 생활 방식을 되돌아보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대량 생산과 소비로 특징 지워지는 물질문화의 풍경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1930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1956년 조지훈 시인 추천으로 「문학예술」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시집 「화형둔주곡」, 「벌레소리송」, 「시간음」 등을 펴냈다.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 한국가톨릭문인회장, 한국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월탄문학상, 공초문학상, 한국예술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매체와 표현 방식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던 전방위예술가의 50여 점 작업과 더불어 그의 작업을 주된 모티브로 해 새롭게 선보이는 동시대 예술가 안성석(1985, 뉴미디어, 설치) 작가의 3D 애니메이션 영상 설치, 최혜란(1989, 회화, 설치) 작가의 드로잉 벽화 작업도 소개된다.

성찬경 시인의 시와 드로잉, 오브제 작업을 만나볼 수 있는 ‘성찬경: 사물, 아름다움의 구원’ 전은 9월 26일까지 경기도 화성 엄뮤지엄에서 열린다. 전시는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예약 방문제로 운영된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 031-222-9188, 엄뮤지엄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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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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