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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은 왜 ‘그때 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셨을까

교황청 인준 성모 발현 성지 16곳 부부가 함께 2011년부터 9개국 순례 성모 발현 의미와 공인 과정 담아내 일반 여행서적이나 기행문과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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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이 발현한 16곳 성지 중에 아무 문제 없이 평화로운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하나같이 가톨릭교회가 절박한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성모님이 발현하신 목적은 한마디로 ‘원래 상태로 돌아오라’, 즉 ‘하느님께 다시 돌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교황청이 인정한 16곳의 성모 발현 성지를 두 발로 순례하고 온 부부가 있다. 최하경(대건 안드레아, 63, 서울 도곡동본당)ㆍ김차리(레지나, 62)씨 부부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포르투갈 파티마부터 르완다 키베호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9개국의 16곳 성지를 다녀왔다. 멕시코의 과달루페, 프랑스의 루르드, 포르투갈 파티마 외에도 기적의 메달이 만들어진 파리 뤼 뒤 박, 마을 사람들이 한꺼번에 성모 발현을 목격한 아일랜드 노크, 르완다 대학살이 예언된 키베호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성지를 찾아 나섰다. 아일랜드에 있는 레지오 마리애의 세계 본부 꼰칠리움에도 다녀왔다. 10년째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쁘레시디움 단장과 꾸리아 부단장을 맡아온 남편 최하경씨가 「세계의 성모 발현 성지를 찾아서」(분도출판사)를 펴냈다.

“성모님은 왜 ‘그때 그 장소’에서 발현하셨는지 가장 궁금했습니다. 많은 문헌을 찾아봤지만 성모 발현에 대한 시대적 배경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부분에 ‘왜’가 빠져있었어요.”

성모 발현 성지의 순례자로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사명감을 안고 썼지만 느낌과 감상을 녹여낸 기행문은 아니다. 성지 주변 맛집과 인근 관광지를 담아낸 여행서도 아니다. 성모 발현에 대한 시대적 배경과 의미, 공인 과정 등 8가지를 주제로 성모 발현 성지 16곳을 일목요연하게 안내한 교과서에 가깝다. 성모 발현을 주제로 짜임새 있게 설계한 한 권의 집이다.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의 면모가 돋보인다. 최씨는 현재 지음주택건설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최씨는 “성모 발현을 통해 박해와 탄압, 여러 가지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따라 원래의 상태에서 이탈해 있었던 가톨릭 신앙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폴란드 남동부에 있는 작은 마을 레자이스크에 발현한 성모님을 언급했다.

“왜 성모님이 레자이스크에 발현했는지 온갖 자료를 찾았습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이 당시 폴란드의 수도였던 크라쿠프에 있었는데, 그곳에 성모 승천 대성당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1347년에 건립된 성모 승천 대성당은 가톨릭 성당으로 사용되다가, 1572년부터 400년 가까이 루터교 교회로 사용된 겁니다.”

최씨는 “1517년에 시작된 루터교가 20년도 안 되어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 남부에 진입했고, 국왕과 국민이 루터교를 믿어야 할지, 가톨릭을 믿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긴급한 시점에 성모님이 발현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나라의 가톨릭교회 역사뿐 아니라 시대적 배경을 조사하기 위해 가톨릭대사전은 물론, 레지오 마리애 공인 교본, 성모 발현을 다룬 논문, 성모 발현 성지의 공식 홈페이지 등을 두루 살폈다.

최씨는 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아내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여름, 겨울방학에 틈틈이 순례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에 순례를 마쳤다. 책의 행간에는 순례 중에 느꼈던 작은 기적, 다양한 일화가 숨겨있다. 멕시코행 비행기를 타야 했던 시간에 수술대 위에서 맹장 수술을 받은 일, 르완다 키베호 성지까지 직접 안내해준 코이카의 한국인 봉사자와의 만남, 기에트슈바우트 성지를 가기 위해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둠 속을 달려야 했던 폴란드의 밤 고속도로는 이제 부부의 추억이 됐다.

책이 발간되는 데 첫 불쏘시개가 된 것은 2017년 레지오 마리애 단장을 맡게 된 일이다. 당시 최씨는 레지오 마리애 탈퇴를 고민하던 차에 단장을 맡게 됐고, 주 회합 때마다 의미 있는 훈화를 준비하기 위해 ‘레지오 마리애의 근원을 찾아서’를 주제로 공부를 시작했다. 2000년을 정점으로 단원들이 줄어들었고, 재도약을 위해서는 레지오 마리애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성모 발현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순례로 발을 옮기게 했고, 본당 계간지에 글을 연재하는 기회도 얻었다. 연재 글은 책의 토대가 됐다.

최씨는 “책을 읽으면서 성모님을 잘 알게 되고, 성모님에 대한 사랑과 공경이 생겨날 것”이라며 “성모님에 대한 공경은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레지오 마리애 설립 100주년(9월)을 앞두고 책을 출간할 수 있어 감사하다”면서 “책을 만들기 위해 주어진 모든 능력은 성모님이 주신 소명임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책 1000권을 구매해 한국 레지오 마리에 간부들과 신자들에게 선물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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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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