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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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지친 영혼 달래줄 신간 도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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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바닷가에서,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카페에서 또는 변함없는 내 방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일 포근하고 진솔한 신간을 골라봤다.








일상에서 피정하기

김미정 수녀 지음

바오로딸




휴가 기간 영신수련으로 마음밭을 가꿔보면 어떨까.

피정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생활 터전을 떠나지 않고도 이냐시오 성인의 영신수련 방법으로 체계적이면서도 쉽게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지침서가 출간됐다.

파리 예수회 신학대학 교수이며 사도 성안드레아 영성가족을 창설한 김미정(사도 성안드레아수녀회) 수녀가 성 이냐시오가 제시한 영신수련의 기도 과정을 따라가되, 전통적인 틀에 매이지 않고 피정자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일상에서 다양하게 기도할 수 있도록 이끈 안내서다.

책은 영신수련의 원리와 기초를 응용하여 5주 동안 기도할 수 있도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일상에서 피정하기 위한 길잡이’에서는 영신수련 기도 방법에 필요한 기본 사항을 길잡이 12개로 소개한다. 2부 ‘하느님과 함께하는 5주간의 여정’에서는 이 기간 할 기도 말씀과 그 말씀에 대한 짧은 배경 설명, 청할 은총과 기도 요점 등이 꼼꼼하게 실려 있다. 토요일과 주일에는 ‘특별기도’와 ‘재계약의 기도’를 하도록 권한다.

5주간의 기도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고 하느님을 더 잘 알아가며 점차 주님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아울러 영신수련 방법으로 기도하는 법을 배우고 맛 들이다 보면 점차 자기만의 기도 방법도 익히게 될 것이라 전한다.







맘고생크림케이크

조명연 신부 지음

파람북




책 제목이 ‘맘고생크림케이크’로 보이는가, ‘망고생크림케이크’로 보이는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제각기 해석되어 보일 수 있다. 이 책의 부제처럼 ‘간혹 눈은 마음을 속이니 마음으로 보아야 진실이 보인다’.

강화도 갑곶순교성지의 전담 신부로 사목하며 20년 넘게 인터넷카페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를 꾸리고 있는 조명연 신부의 새벽 묵상 글을 추린 책이다. 책에는 종교인의 저서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많은 예화와 심리학 실험 사례가 담겨 있다. 매일 300페이지 정도의 글을 꾸준히 읽어온 저자의 독서량에서 비롯된 특징일 것이다.

조명연 신부는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은 원칙적으로 다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인류학자 던바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개별적 존재로서, 세계의 연결고리로서의 ‘나’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더불어 인구의 3.5 이상이 참여한 비폭력 저항운동이 모두 성공했음을 주지하면서 모든 변화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세상 구석구석에 기쁨이 전달되길 원한다면 나로부터 그 시작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 되길 원한다면 나부터가 사랑해야 합니다. 남부터 시작되는 세상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되는 세상입니다.”(26쪽)

저자는 또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일상 안에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절망이 희망으로 바뀔 수도 있음을 깨닫기를 희망한다.

“편안한 쉼의 시간을 가지면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남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입니다. 이 역시 행복이 아닌, 세상에서 바라보는 성공을 좇기 때문입니다.”(117쪽)






저만치 혼자서

김훈(아우구스티노) 지음

문학동네




2006년 첫 소설집 「강산무진」 이후 집필해온 7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두 번째 소설집이다.

기자 출신이기도 한 김훈 작가가 장편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에서 감정을 생략한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면 단편은 일상적인 인물과 사건을 주로 다룬다. 인간사를 허무하게 바라보던 저자의 시선도 16년의 세월과 함께 조금 애틋해졌다. 물론 「저만치 혼자서」에서도 인간의 생애는 그들의 고통이나 절망과 관계없이 무심하게 흐르고, 시간은 살아가는 요령을 알려주는 대가로 그들의 신체를 허물어갈 뿐이다. 인간은 나약해서 이 비참한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저자는 그런 나약한 인간이 멈출 수 없는 시간에 초연히 몸을 맡기는 모습까지 품어낸다. 버티다 보면 힘겨웠던 지난 일도 견딜 만한 기억으로 남고, 감정을 터놓을 상대가 점차 사라지는 외로운 과정이 곧 인생이며, 인간은 그저 시작에서 끝을 향해 갈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시금 삶에 임하는 인물들은 한결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표제작 「저만치 혼자서」는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수녀원에 모여 살게 된 늙은 수녀들과 그들을 편안한 임종으로 인도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젊은 신부의 나날을 그린다. 성직자들조차 죽음이라는 미지의 사건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번민하고, 결국 죽음을 받아들여 안식에 드는 모습이 처연한 안도감을 남긴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마리아) 지음 / 샘터



2019년 5월 9일 장영희 교수의 10주기를 앞두고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시작으로 2021년 「내 생애 단 한 번」, 올해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교수이자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저자는 첫돌이 지나 소아마비를 앓은 후 평생 목발을 짚었으나 신체적인 한계에 굴하지 않고 문학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2009년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57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2005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영문학자 장영희 교수가 「오만과 편견」 「위대한 개츠비」 「이방인」 「월든」 「호밀밭의 파수꾼」 등 인기 고전을 소개한 글을 모은 것이다. 이들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일상과 문학작품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삶의 의미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나의 ‘손 내밈’이다.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며 향기로운 열매를 향유하고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고 싶은 나의 초대이다. 내 안의 책들이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법, 내가 다른 이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결정지었고 내 안의 힘이 된 것처럼, 누군가 이 책을 통해 문학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고 길을 찾는다면, 그래서 더욱 굳건하게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면 그처럼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10쪽)

장마다 아름다운 명화가 더해져 한여름 문학의 숲을 걷는 재미를 더한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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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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