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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로마네스크 양식 유럽 성당, 역사와 정치적 배경까지 알고 싶다면

강한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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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왜 배울까?’ 생각했던 예술사조는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잘 배워둘 걸!’ 짙은 후회와 함께 떠오른다. 왜 아닌가.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굳이 성지 순례가 아니더라도, 유럽의 인기 박물관과 미술관에 갈 때마다, 어디를 가나 우뚝 서 있는 웅장한 성당 건축물을 볼 때마다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등 많이 들었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하는 그 수식어들이 따라 붙지 않던가.

그런 차원에서 강한수(의정부교구 민락동본당 주임) 신부가 펴낸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은 그야말로 좋은 교재다. 사제가 되기 전 서울대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성직자가 된 이후 로마 사피엔자대학교에서 고대 및 중세 건축사를 연수한 그가 유럽에 로마네스크가 확산된 정치적, 종교적 배경과 주요 성당 건축물을 다양한 이미지와 함께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중세는 기간으로는 1000년이지만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로마네스크 양식이 생기기 전까지는 암흑기라고 할 수 있어요. 게르만족이 정착해서 그 문화를 습득하는 데 300년 정도 걸렸거든요. 이후 신학이 발전하면서 교회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고유하고 독창적인 성당의 형태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로마네스크 양식입니다.”

굳이 유명세를 따지자면 로마네스크보다는 고딕 양식의 성당이 우위일 것이다. 하지만 로마네스크 성당이 갖는 남다른 의미는 지중해를 벗어나 유럽 전역에 가톨릭이 확산될 때 곳곳에 들어서 그리스도의 빛을 알렸다는 데 있다. 새롭게 유럽의 주인이 된 게르만족은 그들의 오랜 로망이었던 로마를 다양한 건축물과 미술품에 담아내며 유럽 전역에 전파한 것이다. ‘로마적인 것, 로마풍의 것, 로마를 닮은 것’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로마네스크(Romanesque)’는 그렇게 예술사는 물론이고 성당 건축물에도 남게 됐다.

책에 소개된 20여 곳의 성당 가운데 강 신부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로마네스크 양식에 충실한 퐁트네 수도원 성당이다.

“제일 좋아하게 됐어요(웃음). 프랑스 캉의 삼위일체 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절정기로 고딕의 요소도 있어요. 마치 고딕을 준비하는 느낌이죠. 반면 퐁트네 수도원 성당은 당시 시토회가 지향한

것처럼 석재의 물질적 특성이 강조된 단순하고 검소한 모습이에요. 그래서 좋더라고요.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다 이룬 듯 완성도가 높은 모습이거든요.”

현재 의정부 고산동공소에 머물고 있는 강 신부는 내년 3월 완공 예정인 민락동 성전 건축에도 적극 참여했다. 기본적인 층 구성이나 전체 모양, 양식 등은 모두 그에게서 나온 것이다.

“자연스레 성당의 외관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표현하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 이미 사제가 될 결심은 했지만, 그 전에 세상을 알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 건축을 공부한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건축사는 아니잖아요. 성당을 전문적으로 건축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신자들이 성당 건축에 대해 좀 열려야 합니다. 건축이 말하는 언어를 습득해야 알아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책도 쓰게 됐어요.”

로마에서 돌아와 건축신학연구소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3년간 의정부교구 주보에 로마네스크에서 고딕까지 ‘성당이야기’를 연재했다. 그 기록을 엮은 강 신부의 첫 책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의 수익금은 그의 첫 작품인 민락동 성전 마련 기금으로 전액 사용된다. 짐작했겠지만, 내년 이맘때는 고딕 성당을 다룬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고딕 양식이 성당 구조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죠. 구조도 더 복잡하기 때문에 설명도 훨씬 많을 테고요. 고딕이 발달하면서 많은 로마네스크 성당이 고딕으로 개보수하기도 했어요. 그 흐름 속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공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볼 수 있겠죠.”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

강한수 신부 지음 / 파람북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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