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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장애인 기술학교 철거물, 십자가로 재탄생

‘빈자의 집’ 십자가상, 22~30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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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애인 기술학교 ‘반티에이 쁘리업’이 철거되는 모습. 2 해체된 학교와 집에서 나온 파편들로 만든 십자가상. 3 대표작 ‘부르심을 따르는 사람들’   류진희 작가 제공.


캄보디아에서 온 십자가상 30여 점이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 전시된다. 전시 제목은 ‘빈자의 집’. 이들 작품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사라진 공간의 파편으로 제작되었다.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에 위치했던 장애인 기술학교 ‘반티에이 쁘리업’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나온 나무집의 목재, 휠체어 바퀴, 손잡이, 경첩 등이 그 재료다.

지난 1991년 예수회 난민 봉사단은 전쟁 등으로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을 위해 반티에이 쁘리업을 세웠다. 경제적 빈곤, 편견의 테두리 안에서 캄보디아 안에서도 가장 소외된 이들에게 직업 훈련과 공동체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캄보디아어로 ‘비둘기의 요새’를 뜻하는 반티에이 쁘리업(Banteay Prieb)이 그야말로 ‘평화센터’가 된 것이다.

30년간 수많은 선교사와 자원 봉사자, 매해 100명이 넘는 학생을 받았던 학교는 2019년 12월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그동안 무상으로 땅을 빌려줬던 캄보디아 정부가 이전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떠난 학교에는 15채 남짓의 나무집이 남겨졌다. 졸업식에 참가한 류진희(로사) 작가는 ‘학교가 문을 닫는데 무엇을 남길까’ 고민하다 학생들과 함께했던 공간의 흔적들로 작업에 들어갔다. 낡은 판자들에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서로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어 준 기억, 학생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었다. 함께 학생들을 지도했던 김경래(라이문도) 작가가 합류했고, 조각반과 봉제반 학생 8명도 힘을 보탰다. 그들은 자연스레 ‘십자가’를 만들었다.

“예수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지만 직접적으로 선교하지는 않았어요. 학생들은 물론이고 직원들에게도 미사 참여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고 따로 교리 시간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작업을 하려고 하니 너무나 당연하게 십자가가 떠올랐어요.”

실제로 반티에이 쁘리업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쳐 직업을 갖게 하는 학교의 의미를 넘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집’의 역할을 해왔다. 2009년 캄보디아 여행길에 인연을 맺은 류 작가가 5년 넘게 그곳에서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이른바 신실한 신자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여행으로 들른 곳에서 교회에서보다 더 종교적인 모습을 발견한 거예요. 학교 안 그 어디에서도 종교 활동은 없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또 그들로부터 힘을 받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종교를 보았고, 그 힘에 계속 찾아가고 머무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와 집, 기억의 따뜻한 파편으로 만든 십자가상 30여 점은 여러 사람의 귀국길에 나뉘어 서울로 옮겨졌고, 2020년 11월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한 빈집에서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갤러리 1898 제2전시실에서 22~30일 열리는 ‘빈자의 집’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수익금은 전시를 주관한 기쁨나눔재단을 통해 캄보디아 시골 지역의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배움을 제공하는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기쁨나눔재단은 한국 예수회에서 인도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발족한 교육전문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다.

전시 문의 : 02-727-2336~7, 갤러리 1898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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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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