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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07) 라스트 필름 쇼

영화와 사랑에 빠진 인도 소년의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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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필름 쇼’는 판 날린 감독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반자전적인 작품으로, 인도판 ‘시네마 천국’이라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여러 영화제에서 여섯 번 수상했고, 네 번 노미네이션이 되었다.

주인공 사메이는 인도의 작은 마을 찰랄라(Chalala)에 사는 아홉 살 정도의 골목대장 꼬마로, 가족으로는 요리에 뛰어난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찰랄라 역에서 차를 팔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버지가 있다. 사메이는 그런 아버지를 도와서 학교에 안 갈 때는 역에서 인도식 차인 차이(Chai)를 파는 일을 한다. 이런 사메이가 평범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수업 중에 몰래 학교를 빠져나와 기차를 타야만 갈 수 있는 시내로 나가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본다. 돈이 없을 때는 몰래 숨어들어 가서 보는데, 어느 날 ‘조다 악바르’(2008)라는 영화를 관람 중에 영사기에서 나오는 빛의 영롱함에 반해 손을 대어 비춰보다가 걸려서 쫓겨나게 된다. 실망한 사메이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펴놓고도 먹지를 않자,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영사 기사 파잘이 말을 건다. 사메이가 맛있어 보이는 아주 얇은 로티(인도식 빵)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 도시락을 맛본 파잘은 그 답례로 사메이를 영사실로 데려간다. 난생처음 보는 영화필름이나 각종 도구들이 사메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파잘은 영사기 옆에 극장 안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작은 창문을 열어 사메이가 공짜로 영화를 보게 해준다.

그때부터 사메이는 파잘에게 어머니의 도시락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무료 영화를 보게 된다. 거의 매일 학교를 빼먹고 극장으로 출근하는 사메이에게 영사실은 그 무엇보다도 훌륭한 영화 학교였다. 거기서 파잘에게 필름을 이어붙이는 방법을 배우고 영사기에 올릴 릴을 교체하는 것도 배워서 곧잘 하게 된다. 그러다가 남다른 통찰력으로 영화를 만들어내는 빛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어느 날 사메이는 영사실에서 몰래 가져온 필름 조각들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는 골목대장답게 그들을 영화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빛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오라고 친구들에게 숙제를 내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영화의 영상미가 참으로 놀라웠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인도 시골 마을의 자연 풍경을 많이 보여준다. 그러면서 빛과 색의 미장센을 아름답게 그리는데, 색유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사메이의 모습이라든지, 사메이의 어머니가 각종 색깔의 향신료와 식재료를 사용해서 다양한 인도 요리를 만드는 모습 등을 들 수 있다.

이 빛의 미장센은 결국 영화의 주제로 드러난다. 영화 말미에 사메이는 아버지에게 아주 인상적인 말을 한다. “빛에 대해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빛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그 이야기는 영화가 되니까요.” 이 말은 상당히 영성적이라고 느꼈다. 우리 신앙에서 빛은 하느님께서 처음 창조하신 것(창세 1,3)이고, 요한 복음은 예수님을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요한 1,9)이라고 증언했으며,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마태 5, 14)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빛이 어둠을 이기는 이야기가 바로 복음이지 않은가? 사메이 식으로 말하자면 ‘빛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그 이야기가 복음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향수와 열정, 그리고 영성을 느끼게 하는 영화 ‘라스트 필름 쇼’는 부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4월 12일 극장 개봉

강언덕 신부(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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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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