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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08) 치히로 상 음식

음식, 그리고 치유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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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히로 상’의 주인공 치히로는 쉼과 힐링이 필요한 이웃에게 도시락을 함께 나누며 위로를 주는 옆집 언니이다. 이 영화는 치히로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결핍과 음식,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일상에서의 기록과 같이 소소하게 보여준다. 130년 전 영화의 탄생이 일상의 기록에서 시작되듯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로, 이야기도 큰 사건과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전개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영화에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치히로도 불우한 어린 시절로 인해 절망과 무력감에 빠져 큰 고통을 겪은 듯 보인다. 예언자 엘리야가 세상에서 버림받아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라며 목숨까지 내놓으려 했을 때 하느님은 지쳐 잠든 엘리야에게 천사를 보내시어 먹을 것을 주시고 그를 어루만지며 격려하셨듯이, 벼랑 끝에선 치히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녀를 믿고 받아준 전 직장의 매니저나 지금의 도시락집 사장님이 있다.

그렇게 다시 살아난 치히로는 독단적이고 냉정한 아버지 때문에 항상 긴장하는 여고생, 밤늦게 귀가하는 싱글 맘과 함께 살아 저녁밥도 제대로 못 먹는 초등학생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노숙자에게는 도시락을 나누어 주고, 시력을 잃은 도시락 가게 부인에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입원한 곳을 주기적으로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 준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어둠은 점점 사라지고, 빛이 되는 ‘치히로 효과’가 나타난다.

치히로는 해변의 조그만 도시락 가게에 오기 전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않는 솔직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남아있다. 도시락에 있는 반찬을 남기지 않고 튀긴 새우의 꼬리까지 먹는 치히로를 보며 “맛있게 먹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 없다”는 도시락 가게 사장의 됨됨이도 인상에 남는다.

이 영화의 원작은 야스다 히로유키의 유명 만화로, 음식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하는 내용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시어 물고기와 빵을 차려 제자들을 먹이신 후 “내 양들을 돌보아라”하신 것과 같이 하느님의 위로와 용기도 음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통해 치히로와 이웃들의 나누는 따뜻한 모습을 보는 동안 우리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우리 모두가 ‘이웃들의 치히로’가 되면 행복한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우리 삶에 어둠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시고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시는 주님과 같이, 부활 시기를 보내는 우리도 주님을 닮고 따르기를 소망해본다. 2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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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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