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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15) 엘리멘탈

물불 안 가리는 사랑, 그리고 다양성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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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네 가지 원소(흙, 불, 물, 바람)의 도시인 ‘엘리멘트 시티’에서 서로 상극인 불 원소 엠버와 물 원소 웨이드가 만나 좌충우돌하다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엠버의 부모님이 고향을 떠나 엘리멘트 시티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다양한 원소의 모습과 거대하고 화려한 도시의 모습에 놀라워한다. 그러다 변두리에 위치한 불 원소들의 마을인 ‘파이어 타운’에 들어가 다 쓰러져 가는 건물에 입주, 거기서 엠버를 출산한다. 시간이 흘러 그곳에 ‘파이어 플레이스’라는 이름의 잡화점을 열고 자수성가에 성공한 엠버 아버지는 이제 나이가 들어 일하기 쉽지 않자 엠버가 하루빨리 이 가게를 물려받길 바란다. 하지만 진상 손님을 만나면 자기 제어를 하지 못하고 금세 폭발해 버리는 성격 때문에 엠버에게 수년간 점주 자리를 넘겨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가게의 빅 세일 이벤트를 엠버에게 맡긴다. 엠버는 기뻐하며 열심히 준비해 손님들을 맞이했지만 역시 폭발 직전까지 몰리고 만다. 황급히 아무도 없는 지하실로 내려가 거기서 폭발을 일으키고 마는 엠버. 심리적으로는 겨우 진정됐지만, 배수관에 균열이 생겨 대량의 물이 새고, 근처에서 수도 검침원으로 일하던 웨이드는 그 일로 자기도 모르게 엠버의 지하실로 빨려 들어오게 된다. 수도 검침원인 웨이드가 볼 때 파이어 플레이스의 지하실은 상가 기준에 미달해 영업정지 대상이었다. 그래서 시청으로 달려가 이를 보고하려는 웨이드와 아버지의 가게를 지키려고 웨이드를 붙잡으려는 엠버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 애니메이션의 외적인 볼거리는 놀라운 CG 기술로 탄생한 캐릭터들이다. 엠버는 불 원소답게 늘 이글거리지만 그 불꽃 안에서 아주 풍부한 표정을 보여준다. 물 원소인 웨이드도 전체가 순환하면서 흐르는 몸을 갖고 있지만, 정이 많고 눈물이 많은 그의 성격을 돋보이도록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캐릭터다. 그러면서 원소들의 만남으로 이뤄지는 화학 반응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어 상당히 화려하고 눈이 즐거운 애니메이션이다.

반면, 내적으로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에서 벌어지는 아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재미교포 2세인 피터 손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뉴욕으로 이민해 어렵게 식료품점을 하면서 살아온 부모와 손 감독의 이야기가 엠버 가족사의 토대다. 그의 아버지는 장남인 손 감독이 가게를 물려받길 원했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가업 잇기를 포기하고 애니메이션 감독의 길을 걷는다. 극 중 엠버도 웨이드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화를 통제하지 못했던 이유가 아버지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행동 이면에 가업을 물려받기 싫어하는 마음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엘리멘트 시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규칙이 존재하는데 ‘서로 다른 원소끼리는 섞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화합이 불가능해 보이는 원소의 다름은 실은 인종의 다름과 편견으로 인해 생기는 소통의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색깔들은 사실 다양한 원소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가. 이처럼 ‘엘리멘탈’은 서로 다른 원소들이 불가능해 보이는 벽을 넘어 하나가 될 때 벌어지는 기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소통의 기적을 맛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영화 ‘엘리멘탈’은 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6월 14일 극장 개봉

 

 

 


강언덕 베네딕토 신부(이냐시오영성연구소 상임연구원,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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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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