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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향기 with CaFF] (216) 남은 인생 10년

‘시한부 인생’에서 일구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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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24)

난치병으로 10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마츠리’(코마츠 나나 역)가 삶의 의지를 잃은 ‘카즈토’(사카구치 켄타로 역)를 만나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불치병’, ‘시한부 인생’이란 절망의 단어들보다 행복과 생명의 소중함이 더 어울리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코사카 루카의 자전적 소설로, 집필 당시 실제로 투병 중이었고 소설의 출간조차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스무 살의 나이에 10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현실과 마주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지금의 순간을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 속에는 마츠리가 직접 찍은 캠코터 영상이 자주 등장하는데, 폐동맥 고혈압 진단을 받은 이후 10년간의 소중한 순간들을 마츠리의 시점으로 촬영하여 관객도 함께 공유하는 친근한 느낌이 든다. 소중한 하루를 기록하는 마츠리와 달리 세상과 단절된 채 절망의 나날을 보내는 카즈토의 나약함이 대조를 이룬다. 그런 카즈토에게 새로운 삶을 생각하게 해준 마츠리는 날이 갈수록 약의 내성이 생겨 몸 상태가 나빠져, 그녀와 함께 있기를 원하는 카즈토를 밀어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다. 주인공들의 행복한 순간은 만개한 벚꽃이 봄바람에 날리는 아름다운 장면을 시작으로 사계절을 담아 표현하는데, 마츠리로 인해 변화하는 카즈토의 모습이 보기 좋다.

죽음을 통해 가족과 이별하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소 일상의 순간들이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행복한 순간을 함께한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츠리는 투병 중에 글을 쓰면서 책을 출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영화에는 마츠리 아버지 역의 마츠시게 유타카, 엄마 역의 하라 히데코, 카츠키의 인셍멘토 릴리 프랭키 등 우리에게 낯익은 중견 배우들이 등장해 친숙함을 주는데, 일본에서는 흥행을 기록하며 관객동원에도 성공한 영화이다. 한국에서는 주인공과 같은 연령대의 관객들이 대다수로,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마츠리의 남지 않은 시간을 지켜보며 많이 슬퍼하고 애달파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슬픔보다는 희망으로 기억되는 것은, 마츠리를 본받아 가즈키도 열심히 노력하여 오너 쉐프가 되는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카즈키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마츠리가 카즈키 삶의 의미이듯, 우리에게도 참된 행복과 생명의 길을 알려주시는 하느님이 계셔서 감사하다.

이 영화는 젊은 여성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리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영원히 사는 것을 믿는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최선을 다하는 마츠리와 같이 현재에 충실하면서 생명에 대한 소중함도 깨달아야겠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삶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보호하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는 용기를 주시기를 간절히 청한다.



5월 24일 극장 개봉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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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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