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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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피해서 책 속으로, 신앙의 공감과 위로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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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올 한 해 절반을 살아내느라 이래저래 힘들었다면 성직자와 수도자가 건네는 공감과 위로로 마음부터 추슬러보면 어떨까. 때때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끌어안는 이야기가 와닿을 것이다.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 / 허찬욱 신부 지음 / 생활성서


“‘너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말이 상대방에게는 정작 공감의 말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려면, 타인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 조심스레 물어야 합니다. 타인이 슬픔을 대하는 방식은 어떤 것인지 섬세하게 봐야 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슬픔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원래 그런 슬픔’은 없는 거니까요.”(20쪽)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신학 박사학위(종교철학 전공)를 받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허찬욱(대구대교구) 신부가 월간 ‘생활성서’와 ‘빛’에 연재한 글을 모아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를 펴냈다. 생각나는 주제로 매달 글을 썼는데, 모아놓고 보니 유독 슬픔에 관한 글이 많았다. 슬픔만큼 보편적인 감정도 없지만 슬픔만큼 다양한 층위를 가진 감정도 없고, 사람마다 슬퍼하는 방식이 다르니 슬픔의 전형, 말하자면 ‘원래 그런 슬픔’은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도 이와 같아서, 모호함을 피하려 하면 온통 잘못 읽고 맙니다. 특히 슬픔에 잠긴 마음은 언어가 사라진 텍스트라서 읽기가 더 힘들지요. 언어가 사라진 곳에 펼쳐진 드넓은 행간,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 불편하고 모호한 감정을 함께 견뎌야 합니다.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하지 않으려면, 이 불편하고 모호한 순간을 견뎌야 합니다.”(75쪽)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숨조차 쉴 수 없는 슬픔이 있습니다. 인간의 말은 위로가 되지 않고, 하느님은 침묵하는 순간의 짙은 슬픔 말입니다. 그 순간에는 하느님께라도 따져야 합니다. 하느님이라도 원망해야 합니다. 그래야 겨우 숨을 쉴 수 있는 사람에게, 신심 깊은 마음만 가지고 늘어놓는 종교적 위안은 슬퍼하는 사람의 마지막 숨통을 막아 버립니다.”(100쪽)

허 신부는 작은 울림이 있는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성경을 비롯해 문학, 음악, 영화, 미술 작품을 빌려 깊게 성찰한다. 이 과정에서 인용한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쓰시마 유코의 「자카 도프니 여름 집」, 김연수의 「시절일기」,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도 찾아 읽고 싶게 만든다. 특히 슬픔과 고통, 위로와 공감이라는 화두에 관심을 지닌 독자라면 생각 맞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열 가지 생각 / 이해인 수녀 지음 / 마음산책


최근 제26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을 수상한 이해인(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는 그간 기도와 시에서 긴요하게 다룬 가치와 개념들을 나누고 엮어 「인생의 열 가지 생각」이라는 책을 펴냈다.

“모두 웃고 있을 때 우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외로운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함께 사는 일일 거예요.”(‘공생’ 중에서)

“사랑은 관심입니다. 관심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요. 사랑은 상대를 잘 바라보는 데서 시작합니다.”(‘사랑’ 중에서)

“저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비범한 희망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 이 시간을 잘 살아내면 괜찮은 미래로 향할 수 있겠지요.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희망’ 중에서)

저자가 말한 열 가지 생각, 즉 ‘가난, 공생, 기쁨, 위로, 감사, 사랑, 용서, 희망, 추억, 죽음’ 등은 모두에게 너무나 익숙하지만, 살아가면서 내내 끌어안고 고민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도자이면서 시인으로 반세기 넘게 살아온 저자는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고 더불어 나아가는 삶으로 이들 생각을 연결한다. 책은 이해인 수녀의 시와 산문, 사진과 삽화가 어우러져 더욱 풍성하다. 특히 ‘죽음’에 대한 연약하면서도 단단한 사유는 그녀 역시 나약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원숙한 수도자라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이해인 수녀는 책머리에 “나쁜 일도 그렇지만 좋은 일 역시 사람의 힘만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무엇이든 은총이니, 끊임없이 기도하고 끊임없이 쓰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남겼다.
 


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 / 김정대 신부 지음 / 바오

오랫동안 위기 상황에 내몰린 노동자들과 함께했던 김정대(예수회) 신부는 남성의 삶에 주목했다. 요즘 한국 남자들은 사는 게 쉽지 않다. 가장의 권위는 사라진 지 오래고, 밥벌이도 시원찮고, 주변과 소통도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약한 모습은 감추고 ‘남자답게’ 살아야 한다. 왜 한국 남자들은 사서 고생하고 불행을 자초하는 것일까?

김 신부는 「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에서 그 이유를 실감 나게 묘사한다. 저자는 “한국 남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규정하는 남자로 ‘만들어져’ 다시 태어나는 존재”라고 말한다. 유교문화와 군대문화, 국가주의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권위적이고 획일화된 문화와 전통, 관습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순응하는 남성성’은 위계적인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위계적 문화는 군대문화를 통해서, 그리고 군대문화가 이식된 기업문화를 통해서 우리 문화 안에 자리를 잡았다.”(34쪽)

예수회 입회 전 반도체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수도생활 중 남성학을 전공한 저자는 우리나라의 중년 남성 노동자들이 해고 등의 위기 앞에서 여성 노동자에 비해 훨씬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자연스럽게 ‘남성들의 관계적 영성’이라는 연구 주제로 이어졌다.

저자는 책에서 남자들이 처한 상황을 역사, 문화, 사회, 심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가톨릭 사제로서 ‘남성의 자리 다시 찾기’를 안내한다.

“한국의 중년 남자들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에게 속하나?’ 같은 중년기의 인생발달에 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개성화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서 그들은 자아를 성장 발달시켜야 하고 함께 진정한 자신이 되어야 한다.”(98쪽)

“영적 성장이란 우리가 관계 안에서 더 진정한 자기가 될 수 있는 인간 성숙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내가 되어가는 개성화는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자신의 삶 안에서 자신을 타인과 나누며 관계의 영성을 살아가는 여정이다.”(151쪽)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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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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