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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사실주의적 화풍에 담긴 ‘교회 개혁’

바로크 미술 탄생시킨 카라바조 고종희 교수, 이탈리아 전역 다니며 카라바조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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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메리시다 카라바조의 ‘명상하는 성 프란치스코(1609)’ 로마 국립고대미술관 소장.

“17세기 바로크 시대에는 ‘콘체르토’라는 제목의 그림이 유행했다.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유쾌하게 놀고 있는 그림이다. 이들 그림을 그린 화가들은 대부분 카라바조의 추종자들로 ‘카라바지스티’라고 불린다. 동시대 의상을 입고 있는 남녀노소의 생생한 인물 묘사와 강렬한 명암법 등이 특징이다. 한 작가의 이름을 딴 유파가 생긴 것은 처음 일어난 현상으로 카라바조가 미술계에 미친 영향을 짐작케 한다.”(66쪽)

바로크 미술을 탄생시킨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1571~1610)의 생애와 주요 작품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미술사학자 고종희(마리아) 교수가 이탈리아 전역을 돌며 카라바조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면밀히 취재하고 연구한 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라는 제목으로 엮어냈다. 카라바조의 주요 작품 73점을 비롯해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티치아노, 페테르차노, 미켈란젤로, 루벤스의 작품까지 총 129점이 가로 24㎝×세로 28㎝의 대형 판형으로 수록되어 있다.

미켈란젤로 이후 이렇다 할 스타 화가가 없었던 16세기 말~17세기 초에 나타난 카라바조는 로마 귀족과 시민들을 열광케 했다. 그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그림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당시 유행하던 플랑드르의 과일 그림은 정확한 재현과 먹음직스러움을 중요시했지만, 카라바조는 시들고 벌레 먹고 병든 과일 그림을 그렸다”며 “장식용 그림이 아니라, 정물화에 인간의 생로병사와 철학적·신학적 의미를 입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술사학자 고종희(마리아) 교수. 이탈리아 전역을 돌며 카라바조의 출생부터 사망까지 면밀히 취재하고 연구한 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를 펴냈다. 


실물보다 더 진짜처럼 보이는 카라바조의 화풍을 미술사에서는 ‘자연주의(Naturalism)’라고 명명했다. 그렇게 카라바조는 안니발레 카라치와 함께 17세기 바로크 양식을 탄생시켰다. 카라바조의 극사실적인 표현과 테네브리즘(Tenebrism)으로 알려진 강렬한 명암 대비법으로 그려진 회화는 바로크 양식을 받치는 하나의 기둥이었다.

“갈릴레이는 1633년 지동설을 철회해야 했고, 1641년 사망할 때까지 종교재판소의 감시하에 있었다. 그러니까 카라바조의 자연주의는 바로 이런 우주와 자연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활발했던 아주 짧은 기간 동안에 꽃피웠던 빛나는 미술 양식이었다.”(51쪽)

카라바조의 그림은 당시 유럽의 정치적·종교적 상황을 대변하기도 한다. 카라바조의 후원자들은 밀라노 대주교 페데리코 보로메오(1564~1631)와 뜻을 같이하며, 루터의 종교개혁에 대응하기 위해 열린 트렌토 공의회를 이끌어 나간 사람이 많다. 카라바조의 그림 역시 가톨릭교회의 개혁과 쇄신을 시각화했다고 볼 수 있다.

고 교수는 “카라바조가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건 시대정신과 큰 연관이 있다”며 “종교개혁으로 가톨릭교회가 엄청난 쇄신을 시도하면서 과거의 화려하고 웅장한 그림보다 장식 없이 진실된 그림이 각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그 개혁의 정신이 ‘프란치스칸 사상’이었기 때문에 카라바조의 그림에는 맨발의 가난한 서민들, 찢어진 옷을 입은 성인들이 등장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17세기 후반 카라바조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가톨릭교회의 개혁 정신은 사회가 다시 안정을 되찾으며 사라졌고, 그림 역시 있는 그대로의 자연주의가 아니라 미화하고 장식하는 고전주의로 복귀했다. 가톨릭 미술사에서도 카라바조의 그림은 청빈하고 진실된 가톨릭 정신과 가장 닿아 있으면서도 보기 드문 화풍인 셈이다.

1983년 이탈리아 국립피사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뒤 르네상스 판화를 주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다. 「명화로 읽는 성서」,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 「명화로 읽는 성인전」 등을 펴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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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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