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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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결혼 생활, 부부 화가에게 큰 영향 미쳐

해외 순회 기념전 연 박대성 화백·성미술 작가 아내 정미연 화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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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정미연 화백 부부가 작품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박 화백
해외서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
독학한 게 오히려 긍정적 작용
신앙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


정 화백
친정 어머니, 사위 위해 늘 묵주기도
세계 최고 되게 해 달라 기도하셨죠
남편도 평소 손에서 묵주 놓지 않아


소산 박대성(바오로) 화백의 해외 순회 기념전 ‘소산비경(小山境)’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3관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전통 수묵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박 화백의 작품은 2022년 독일·카자흐스탄·이탈리아를 시작으로 202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센터 등 총 8개 기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LACMA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한국 작가 초대전임에도 뜨거운 인기에 전시가 두 달이나 연장됐는가 하면, 한국화 작가로는 처음으로 영문 도록이 발간되기도 했다.

박 화백 : 내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이라서 ‘오랜 세월 헛살지 않았구나!’ 보람을 느꼈어요. 독학으로 학교의 영향을 받지 않은 면도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혼자서 할 게 너무 많았어요.

 
박대성 작, 현율, 2024.

미술관에서 박 화백과 그의 아내 정미연(아기 예수의 데레사) 화백을 만나 함께 순회전 출품작과 신작 등 20여 점을 둘러봤다. 가로 10m가 넘는 ‘금강설경’, ‘불국설경’은 수묵의 번짐과 여백만으로 장엄함을 드러내며, ‘현율’, ‘신라몽유도’ 등은 단순화와 왜곡, 절제됐지만 생기있는 색을 더해 추상화로 대표되는 서양미술을 보는 듯하다.

정 화백 : 제가 결혼한 뒤에 세례를 받은 친정어머니가 내내 묵주기도를 하셨어요. ‘우리 사위 세계 최고가 되게 해 달라’고. ‘한국화 그리는 사람이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느냐’고 웃었는데, 박 선생님이 어느 날부터 세계를 향해 가시는 거예요. 저희가 기도를 체험한 거죠. 박 선생님은 평소에도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으세요.

이들의 신앙은 주로 성미술을 작업하는 정 화백이 이끌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박 화백이 내건 결혼 조건이 세례를 받고 성당에서 식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 역시 20대까지는 신부와 목사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종교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한결같은 사랑을 베푼 한 사제의 마음이 박 화백, 나아가 정 화백에게도 굳은 신앙심을 갖게 했다.

 
박대성 작, ‘금강설경’, 2019. 가나아트센터 제공


박 화백 : 젊어서 화실도 없던 때가 있었어요. 우연히 만난 한 동갑내기 신부님이 대구 가톨릭문화원에 방이 많으니까 하나 쓰라고 하더라고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그런 집을 지었으니까 물세·전기세 일체 내지 말라고.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뻔뻔한데, 5년이나 밥도 얻어먹고 술도 얻어 마시면서 그곳에서 작업했어요. 그런데 한 번도 ‘믿으라’는 소리를 안 해요. 그러다 그 신부님이 미국에 들어간다는데, 아무래도 세례를 받아야겠더라고.(웃음)

문화는 서로 다른 것이 접하면서 융합될 때 새로움을 선사한다. 박 화백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의 삶 전체가 지금의 작품 세계를 위한 구도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가장 한국적인 풍경과 색을 탐구했지만, 곁에 서양화가인 아내가 함께했고, 경주에 정착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불교문화와 깊게 닿아있지만, 그의 내면은 가톨릭 정신이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박 화백 : 그렇죠. 동서 양면을 늘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어요. 또 하느님 안에 없는 게 없는데 뭘 가리겠습니까. 신앙이 없었다면 오늘날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2만 원짜리 사글셋방에서 시작해서 이렇게까지 만들어주셨는데, 이미 작품도 기증(솔거미술관에 800여 점 등)했고, 우리는 나중에 몸만 떠나면 돼요. 그게 마지막 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앙은 부부 화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두 사람 역시 서로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껏 함께 작업한 적은 없다. 두 사람의 협업이 기대된다.

정 화백 : 선생님이 성모상을 그리시면 아주 동양적인 모습인데, 저를 생각해서 드러내지 않았어요. 각자의 파트를 존중해서. 그런데 재미난 작업일 것 같아요.

박 화백 : 새로운 숙제구만!(웃음) 얘기 잘하셨어요. 부부 화가가 각자 꼭지점을 갖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앞으로 해봐야겠습니다.

전시 문의 : 02-720-1020, 가나아트센터, 매주 월요일 휴관.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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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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