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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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주님 부활 대축일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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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활 대축일에 달걀을 나누는 역사는 17세기 수도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순 시기 동안 금육을 지켰던 수도자들이 주님 부활 대축일 아침에 세레머니의 하나로 달걀을 나눠 먹은 것이다. 이후 예수님께서 부활한 동굴을 닮은 달걀에 생명과 재탄생의 의미가 더해져 달걀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기념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자란 닭에게서 나온 과거의 달걀과 달리 지금은 좁은 우리에서 혹사당한 닭에게서 대량 생산된 달걀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온다. 인간에 의해 지구 환경이 달라진 지금, 예전과 같이 달걀을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담아 나누던 주님 부활 대축일 문화를 바꿔야 할지 모른다. 예수님의 부활을 기억하며 다시 지구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 말이다.

25 증가하는 달걀 소비, 온실가스 배출↑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1961년 7057만 톤에서 2020년 3억3718만 톤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2050년에는 육류 수요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인이 즐겨 먹는 고기는 닭을 비롯한 가금류가 39로 가장 많고 돼지고기(32), 쇠고기(22)가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육류소비량도 세계적 추세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1인당 육류소비량은 2000년 32.9kg에서 2021년 56.1kg으로 1.7배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기준 1억7000만 마리의 가금류(닭, 오리 등)를 키우고 있다. 가축의 소요가 늘어난 만큼 분뇨 발생량도 늘어났다. 2020년 5194톤으로 2010년 대비 11.6 증가했다.

문제는 가축 분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다. 농축산업 온실가스 발생량 중에서 축산업은 46.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전 세계 인위적인 온실가스 중 15가 축산 부문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달걀의 대량생산을 위해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동물복지 문제도 우리가 소비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 달걀 생산량은 2022년 12월 기준 4646만 개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아울러 주님 부활 대축일을 앞둔 열흘 동안은 달걀 소비량이 2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달걀 대신 친환경 제품들로 건강한 부활 대축일 준비

주님 부활 대축일 전, 성당에 모여 큰 통에 달걀을 삶고 그림을 그려 포장지와 바구니에 담는 모습은 한국교회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주님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달걀에 정성을 들였다면, 이제는 지구를 위해 달걀 대신 대안을 찾아 기쁨을 나누려는 본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베 수세미와 옥수수전분 수세미로 특별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 영종본당. 생태환경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목했던 주임 정성일(요한 세례자) 신부는 영종본당에서 맞는 첫 부활에 신자들과 녹색 순교를 실천키로 했다.

거칠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 삼베 수세미는 신자들이 직접 만들어 예쁘게 수를 놓았다. 친환경 분해가 되는 옥수수전분 수세미와 세트로 이번 주님 부활 대축일에 신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정 신부는 “소박한 선물이지만, 평소와 다른 부활 선물을 받고 알을 낳기 위해 혹사되는 닭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아픔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 구파발본당(주임 김주영 루카 신부) 주일학교도 작년과 다른 부활 선물을 만들 예정이다. 주일학교 아이들이 모여 달걀에 그림을 그리고 비닐이나 바구니에 담아서 나눴던 지난해 주님 부활 대축일. 올해는 유년부 아이들 30명이 달걀 대신 초콜릿을 준비해 종이로 바구니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교사 최윤정(베아트리체)씨는 “예수님의 부활을 동물들도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고 아이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주자는 취지에서 새로운 부활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인천 가정3동본당(주임 송찬 요셉 신부)은 달걀을 담는 포장에 친환경 멋을 더했다.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기 위해 집에 남아있는 실로 달걀 주머니와 바구니를 뜨기로 한 것. 뜨개질에 소질이 있는 신자 5명이 모여 각자 개성이 담긴 주머니와 바구니 600개를 만들어 달걀을 담아 신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완성된 주머니는 묵주나 동전을 담는 주머니로 재활용할 수 있다.

뜨개질 포장 아이디어를 낸 최향숙(실비아)씨는 “달걀을 장식하는 포장지와 끈, 장식용품이 쓰레기로 남는 것에 항상 마음이 안 좋았는데 모양도 예쁘고 재활용도 가능한 뜨개질 주머니와 함께 올해는 좀 더 행복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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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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