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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256)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나누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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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의 인기 소설을 각색한 단편영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41세의 부유한 독신자 헨리 슈거가 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채우려 카드 속임수를 쓰기 위해 초능력에 가까운 투시 능력을 키우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이야기는 헨리 슈거의 독백으로 시작되는데, 등장인물들이 소설의 지문까지 읽으며 관객을 향해 말하고 퇴장하는 독특한 연출을 한다. 극영화는 일반적으로 주제를 끌어내기 위해 결말을 구성하는데, 웨스 앤더슨의 작품 세계는 이야기의 드라마틱한 요소보다는 시각적인 화면 구성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무대 배경과 장치·배우·복장·소품에서 카메라 움직임까지 한 장면의 스틸컷만 보아도 그의 작품임을 알게 하는 색감과 구도를 갖고 있다. 그의 작품은 독특한 시각효과를 자아내기 위한 감각적인 색감이 돋보인다. 평면적인 화면구도 위에 펼치는 프레임 내부의 화려한 연출로 마치 실사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특히 주인공 헨리 슈거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레이프 파인스·데브 파텔·벤 킹슬리 등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들은 한 폭의 그림 속 인물 같은 느낌이 들어 관객을 행복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감독은 같은 배우나 스태프를 자신의 영화에 지속적으로 출연시키고, 카메라의 움직임보다는 프레임 안에서의 인물이나 세트의 이동을 통한 장면 전환을 일관성 있게 보여준다. 카메라를 직시하는 인물들과 원근감을 살린 세트는 원형의 연극무대를 연상케 하고, 배경이 전환될 때마다 사람들이 장치를 옮기고 수동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는 기존의 틀을 깬 신선함이 있다.

이번 영화는 이렇듯 독창성 넘치는 미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오스카 수상작으로, 올해 3월에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헨리 슈거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상속을 받아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돈의 욕망은 계속된다. 자신이 노력해 얻어낸 투시 능력으로 도박판에서 큰돈을 모으지만, 행복은 얻지 못하고, 돈을 쓰는 방법을 몰라 발코니에서 돈을 날려보내는 허무한 삶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돈을 쓸데없이 낭비하지 말고 병원이나 고아원 같은 좋은 곳에 쓰라는 경찰의 충고를 듣고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교훈을 얻는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우리에게 당부하신 이웃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부분이다. 물질을 상징하는 돈은 의미 있게 소비했을 때 어둠의 빛이 되어 세상은 밝아지고 기쁨이 된다는 것을 37분 짜리 짧은 단편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행복하여라, 가련한 이를 돌보아 주는 이! 불행의 날에 주님께서 그를 구하시리라.”(시편 41,2)

온라인 채널 공개

이경숙 비비안나/가톨릭영화제 조직위원장, 가톨릭영화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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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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