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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 속 무표정의 예수님, 다 이유가 있었네!

설립 20주년 이콘연구소 기념전, 19~27일 명동 갤러리 1898회원들이 오랜 시간 기도로 쓴 작품 5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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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연구소(소장 장긍선 신부, 회장 김도윤) 설립 20주년 기념전이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 1898에서 열린다.

‘이콘(icon)’이라고 하면 이른바 동방 교회 성화라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과거 러시아에서는 집 안에 이콘을 두는 ‘이콘 코너(거룩한 구석)’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콘’은 ‘초기 그리스도교 성화’다.

“패션도 시대에 따라 유행이 달라지듯 성화도 시간의 흐름이 따른 부침과 변화가 있었어요. 성화상 파괴 논쟁이라는 혼란을 겪은 뒤 교회가 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그린 성화가 이콘입니다. 동ㆍ서방 교회의 분열(1054년) 이후 동방 교회에서는 이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킨 반면, 우리 서방 교회에서는 특히 르네상스를 거치며 창작적인 성화들이 대거 등장했어요. 성화의 정신이 많이 흐려졌죠. 하지만 1965년 초기 교회의 정신을 되찾고자 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서방 교회에서도 이콘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장긍선 신부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작가의 창의성과 회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성화라고 말한다. 중세나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작품이 주를 이루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와 그리스, 러시아 지역의 유명 성당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성화가 상당히 다른 이유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콘은 꽤 알려졌다. 하지만 교회의 역사가 짧고, 초기 프랑스 선교사들에 의해 회화적인 성화가 많이 전해지다 보니, 여전히 이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존재한다. 이콘연구소 설립자로 초기 교회 미술, 당대 신자들의 영성과 정신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장 신부는 “불교에서 불화ㆍ불상을 제작할 때 원칙이 있는 것처럼 성화에도 큰 기준이 있다”고 말한다. 장 신부와 함께 이번에 전시될 주요 작품으로 이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본다.


다미아노 십자가

르네상스 시대의 성상이나 성화를 보면 성모님이 눈물을 흘리거나 예수님이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 등 인간의 희로애락이 드러나는데, 이콘에서는 감정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표정이 거의 없다. ‘다미아노 십자가’를 보면 예수님이 눈을 뜨고 있다. 몸이 뒤틀리지 않고 이마에 가시관도 없다. 수난에 그치지 않고, 부활도 함께 묘사한 것이다. 이렇듯 초기 교회는 기쁨의 신앙생활을 강조했다.

 

김선경 작 ‘다미아노 십자가’

 

 


삼위일체

안드레이 류플레프 수사의 작품으로 유명한 ‘삼위일체’ 이콘은 전 세계에 수만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작품은 하나도 없다. 성경 필사를 생각하면 된다. 성경의 내용은 같지만 저마다 필체는 다르지 않나. 우리나라에서는 성화를 한번 그려본다는 생각에 먹지를 대고 본을 뜨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이콘이 아니다. 미술적인 재능이 부족해도 직접 그릴 때 이콘이 되고, 이콘의 정신을 담을 수 있다.

 

 

 

이인선 작 '삼위일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일반적인 성화는 예술가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이콘은 색이나 선 하나도 의미가 있어서 마음대로 그릴 수 없다. 그래서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성경의 모든 내용이 이콘으로 표현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이콘의 원칙을 지키며 응용하거나 새롭게 그릴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우리나라 성인이 대표적이다.
 

 

 

17기 공동작품 ‘성 김대건 안드레아’

 


대천사

이콘은 슬로우 페인팅이다. 딱 보고 느끼는 게 아니라 기도하면서, 성경을 읽으면서 바라봐야 그 깊이를 알 수 있다. 미술적인 관점에서 균형이나 음영을 따지면 이상하게 보인다. 하느님 나라, 성인을 그리니까 지상과 기준이 다르다. 금빛이 많은 이유도 하느님의 영광, 아름다움 등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그래서 동방 교회에서는 이콘을 ‘그린다’라고 표현하기보다 ‘쓴다’라고, 이콘을 ‘본다’고 하지 않고 ‘읽는다’라고 말한다.

 

 

장긍선 신부작 '대천사'

 


이러한 초기 교회 미술을 구현하기 위해 이콘연구소 과정은 3년, 심화반의 경우 2년이 더해진다. 심화 과정을 마쳐야 정회원 자격으로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회원전 ‘영혼의 빛을 따라서’에 참여할 수 있다. 제16회 이콘연구소 회원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는 갤러리 전관에 총 50여 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장 신부와 연구소 회원들이 오랜 시간 기도로 쓴 이콘을 깊이 있게 읽어보길 바란다. 전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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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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